국민 절반 '장기적 울분'…30대 및 월소득 200만원 이하 계층 높아

서울대 보건대 설문조사
사회 구성원 정신건강 평균 '5점 만점에 2.59점'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이미지투데이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이미지투데이

 

우리나라 국민 절반 이상은 ‘장기적 울분 상태’라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또 70% 가량은 ‘세상이 공정하지 않다’고 답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의 건강재난 통합대응을 위한 교육연구단은 '정신건강 증진과 위기 대비를 위한 일반인 조사' 결과를 7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15~21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천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최대 허용 ±2.53%포인트(p)다.

 

설문 결과 우리 사회 구성원의 전반적인 정신건강 수준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들의 48.1%가 ‘좋지 않다’고 답했다. ‘보통’은 40.6%, ‘좋다’는 11.4%였다. 5점 척도로 따지면 평균 점수는 2.59점으로 ‘보통’ 수준인 3점에 미치지 못했다.

 

정신건강 수준이 좋지 않다고 응답한 응답자들에게 그 이유를 묻자 ▲'경쟁과 성과를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37.0%) ▲‘타인이나 집단의 시선과 판단이 기준과 규범이 되는 사회 분위기’(22.3%)가 가장 많이 꼽혔다.

 

우울감 조사 결과, 전체의 33.1%가 ‘중간 정도 이상의 우울’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30대가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이 20대·40대·50대·60대 이상 순이었다. 소득별로 보면 월 소득 200만원 이하 저소득층에서 52.6%가 중간 이상 우울을 보였으나, 월 1천만원 이상 고소득층은 17.2%로 큰 격차를 보였다.

 

불안과 외로움 수준도 저소득층에서 두드러졌다. 전체 불안 평균 점수는 1.76점이었으나 월 200만원 미만 계층은 2.4점을 기록했고, 외로움도 전체 평균 1.26점보다 높은 1.5점으로 나타났다.

 

울분 상태는 ‘이상 없음’ 응답이 45.1%였고, ‘중간 수준 울분’이 42.1%, ‘높은 울분’이 12.8%'로 조사됐다. 특히 30대와 월 소득 200만원 이하 계층에서 ‘높은 울분’ 비율이 타 집단보다 높게 나타났다. 주관적 계층 인식별로는 ‘하층’ 자처 응답자의 16.5%가 높은 울분을, ‘상층’ 응답자는 15.0%, ‘중간층’ 응답자는 9.2%로 나타났다.

 

지난 1년간 건강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심각한 스트레스를 경험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47.1%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스트레스 요인으로는 ▲개인·가족 ▲학교·직장 등 사회 수준 ▲정치사회 등 환경 수준 3가지로 나뉘어 제시됐다.

 

개인·가족 수준에서 상위 1~3순위 스트레스 유발 사안은 건강변화(42.5%), 경제수준(39.5%), 이별·상실(20.7%) 순이었다.

 

학교·직장 등 사회 수준에서는 관계변화(30.2%), 고용상태(23.7%), 과업 과부하(21.4%)로 조사됐다.

 

정치사회 등 환경 수준에서는 국가통치권의 부정부패와 권력 오남용 등 정치환경 변화가 36,3%로 가장 높았다. 이어 사회질서(33%), 사회적 재난(23.1%) 등이었다.

 

지난 1년간 기존 역할이나 책임 수행이 어려울 정도의 정신건강 위기를 경험했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27.3%로 조사됐다. 이들 중 절반 이상(51.3%)은 ‘극단적 선택을 생각해 본 적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정신건강 위기 경험자 중 60.6%는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고, 그 이유로 ‘우려와 낙인 두려움’(41.9%)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어떻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 지 몰라서’(22.6%), ‘비용·보험 등 경제적 문제(19.4%)’가 뒤를 이었다.

 

도움을 요청했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가족’(53.4%), 의사·간호사 등 전문가(22.4%), 상담기관(18.0%) 순이었다.

 

국가가 제공하는 정신건강 증진 서비스 이용 경험은 10% 미만으로, ‘정신건강복지센터’(9.7%), ‘정신건강 상담전화’(9.2%), ‘전 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7.3%), ‘자살예방 상담전화’(6.9%) 순이었다.

 

삶의 만족도 조사에서는 ‘만족’(34.3%), ‘보통’(40.1%), ‘불만족’(25.6%)로 집계됐다. ‘세상은 공정하다’는 질문에는 비동의 69.5%, 동의 30.5%였고, ‘내 삶의 사건들은 공정하다’는 문항은 동의 51.1%, 비동의 48.9%로 나타났다. 공정 신념이 높을수록 울분 점수가 낮아지는 상관관계도 확인됐다.

 

조사를 총괄한 유영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2018년 이후 울분 지수 상태가 절반을 넘어섰다”며 “사회 안전·안정성을 회복하고, 개인이 위기 순간에 도움을 구할 수 있도록 소통과 실천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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