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촌’으로 전락한 인천 송도 국제업무지구

아파트 용지 90% 개발...업무·상업지구 50% 미만
이강구 인천시의원 “인천경제청, 대책 세워야”

인 천송도 국제업무단지 주요 사업내용. 인천경제청 제공
인 천송도 국제업무단지 주요 사업내용. 인천경제청 제공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국제업무지구가 당초 목적과 달리 아파트촌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업 추진 20년이 지나도록 아파트 용지는 90% 이상 이뤄진 반면, 업무·상업지구는 50% 미만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인천시의회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등에 따르면 인천경제청은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SIC)를 통해 지난 2003년부터 24조원을 투입해 송도 1·3공구 및 2·4·6공구 일대 580만3천㎡에 국제전시시설, 업무, 문화, 상업 등을 만드는 국제업무단지 개발 사업을 하고 있다.

 

국제업무단지는 동북아시아 국제비즈니스 허브도시 개발을 위해 외국인 친화적인 경영환경과 정주여건을 갖춘 고품격 국제도시 건설이 목표다. 아트센터인천, 송도컨벤시아, 센트럴파크, 스타트업파크, 채드윅 송도국제학교 등이 들어섰다.

 

당초 사업기간은 지난 2014년까지로 잡았지만 부동산 경기 악화 등의 여파로 아직도 사업이 끝나지 않고 있다.

 

특히 지역 안팎에선 기업 유치는 제대로 되지 않고 돈 되는 아파트 위주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제업무지구의 기업 유치가 난항을 겪으면서, 아파트 용지는 93% 개발이 이뤄졌지만 업무·상업 용지는 47%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인천시의회 산업경제위원회의 ‘송도 국제업무지구 활성화 및 11공구 도시계획 변경 관련 소위원회’ 2차 회의에서는 이 같은 문제에 대한 인천경제청의 책임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강구 소위원장(국민의힘·연수5)은 26일 경기일보와의 통화에서 “아파트 용지는 업무부지 개발을 위한 수익적 용지로 기업 유치를 유인하기 위해 조성원가 등 싸게 제공됐다”면서 “이런데도 불구하고 주객이 전도돼 주거 위주 개발로 변질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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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의회 산업경제위원회가 최근 송도 국제업무지구 활성화 및 11공구 도시계획 변경 관련 소위원회 제2차 회의를 하고 있다. 인천시의회 제공

 

특히 이날 소위에 참석한 나상길 시의원(무·부평4)과 이명규 시의원(국·부평1)도 윤원석 인천경제청장에게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인천경제청이 지난 2011년 5월 국제업무지구 개발시행자 NSIC와 합의해 주거 대 업무 개발 비율을 8대2로 풀어줬기 때문이다.

 

이 소위원장은 “당시 경기 상황이 좋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이후 14년이 지나도록 부동산 호황기를 거치면서도 개발 비율 재협상을 하지 않고 방치해 국제업무지구에 아파트만 난립하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현재 국제업무지구의 아파트 용지는 1공구 G5블럭만 남아 있다. 인천경제청은 초등학교 추가, 오피스텔 용도변경 등을 추진 중이다.

 

이를 두고 이 소위원장은 “마지막 남은 주거 용지까지 분양하도록 놔두면 과연 업무 용지에 기업이 유치되겠냐”고 꼬집었다. 이어 “수익 용지인 아파트를 전부 개발하고 나면 기업 유치 유인책이 사라져 인천경제청이 NSIC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천시의회 산업경제위원회가 최근 송도 국제업무지구 활성화 및 11공구 도시계획 변경 관련 소위원회 제2차 회의를 하고 있다. 인천시의회 제공
인천시의회 산업경제위원회가 최근 송도 국제업무지구 활성화 및 11공구 도시계획 변경 관련 소위원회 제2차 회의를 하고 있다. 인천시의회 제공

 

앞서 지난 2020년 국제업무지구에 대규모 기업 유치 제안이 있었고, 민선 7기 인천시의회 산업경제위원회가 적극 협조를 약속했지만, NSIC의 토지 가격 의견 차이와 인천경제청의 소극적 대응으로 무산됐다.

 

소위원회는 2차 회의에서 인천경제청이 마지막 남은 아파트 용지인 G5블럭마저 개발을 허용하면 기업 유치가 난관에 봉착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 소위원장은 “국제업무지구가 23년차를 맞았음에도 아파트 위주로 개발됐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므로, 인천경제청의 분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계획을 믿고 전재산으로 아파트에 입주한 주민들은 무슨 죄냐. 인천경제청이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 청장은 “취임 이전부터 이미 행정절차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다각도로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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