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뿐인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고민을 하게 된다. 그럴 땐 저자가 담담하게 풀어낸 인생사로 삶을 되새겨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 솔직하고 내밀한 이야기로 삶을 사유하고, 울림을 주는 책들이 있다. 어머니 빈소에서 시작된 이야기로 담백하지만 깊은 사유를 담은 책, 남다른 여행으로 세상을 겪은 경험담을 풀어낸 신간을 모았다.
■ 단 한 번의 삶
“때로 어떤 예감을 받을 때가 있다. 이건 이 작가가 평생 단 한 번만 쓸 수 있는 글이로구나. 내겐 이 책이 그런 것 같다.”
소설가 김영하가 ‘여행의 이유’ 이후 6년 만에 산문집 ‘단 한 번의 삶’을 출간했다. 지난해 유료 이메일 구독 서비스 ‘영하의 날씨’에 연재했던 글 열네편을 수정하고 다듬어 묶은 책이다.
저자는 그동안 보고, 겪고, 느낀 것을 기록하고 나누며 독자와 소통해왔다. 부지런히 쌓은 경험을 중심으로 사유를 펼쳐왔지만, 자신의 인생을 직접 꺼내어 내놓은 적은 드물었다. 이번 책에는 저자의 ‘삶’이 전면에 등장한다. 사적이고 내밀한 가족사와 함께 저자 자신의 삶을 무덤덤한 어조로 담아냈다.
이야기는 어머니의 빈소에서 시작된다. 알츠하이머를 앓다 돌아가신 저자의 어머니는 평생 자신의 결혼 전 삶을 자녀들에게 자세히 털어놓지 않았다. 저자는 그런 어머니의 장례식에 모여든 조문객들의 말을 듣고 어머니가 20대 때 군인이었던 사실을 알게 된다.
또 저자가 아버지에게 품었던 첫 기대와 실망도 돌이켜보면서 마음 한편에 쌓아뒀던 기억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지난 삶을 차근차근 톺아본다.
인생의 반환점을 막 돈 1968년생 ‘인간 김영하’는 ‘나는 왜 지금의 내가 됐나’에 대한 나름대로의 답을 구해간다. 그리고 비슷한 질문을 독자에게도 전한다. 나에게도 이런 순간이 있었을까. 나는 무엇을 놓쳤고, 무엇을 간직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작가 삶의 에피소드가 나의 이야기로 전환되는 서사적 경험을 할 수 있다.
■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
지난해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에세이로 주목 받은 조승리 작가가 두 번째 수필집 ‘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을 출간했다.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는 시각장애인이자 안마사, 여성으로 살아온 저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번 신간에서는 저자가 외국 여행을 비롯해 시도한 낯선 경험과 면밀하게 관찰한 삶의 감각을 밀도 높은 감정과 함께 펼쳐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저자의 여행은 조금 특별하다. 일본 도쿄를 여행할 때는 일본저시력협회 회원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의 여행길엔 협회 회원, 가이드, 친구 등 여러 사람이 함께한다.
전맹으로 살면서 때때로 마주하는 현실적인 문제 앞에 절망하고 슬퍼하기도 하지만, 조 작가는 “세상이 너무도 보고 싶어서” 기를 쓰고 자신이 느낄 수 있는 것에 마음을 쏟는다. 안정적이지만 무감각한 삶보다 차라리 엉망이 되더라도 세상을 구경하고 경험해내고야 마는 것이다.
저자는 “보이지 않는 이들에게는 그 나름대로 풍광을 감상하는 법이 있다”며 공감각적인 표현들로 새로운 글맛을 선사한다.
책에는 베트남 나트랑과 하노이, 말레이시아 페낭, 일본 도쿄, 홍콩 마카오, 필리핀 클라크, 백두산 천지 등에 대한 여행기와 함께 플라멩코 수업, 배리어 프리 전시, 바리스타 자격시험, 성형외과 상담 등 저자가 처음 해본 일들이 유쾌하게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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