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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2 (수) 메뉴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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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대] ‘폭싹 속았수다’ 신드롬이 남긴 것

김경희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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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콘텐츠의 전성기인 요즘이다. 그중 전 세계를 울린 작품, ‘폭싹 속았수다’의 열풍은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51년생인 문학소녀 오애순을 시작으로 68년생 양금명, 그리고 그의 딸 01년생 새봄이까지 이어지는 소녀의 성장기는 전 세계 39개국 넷플릭스 톱10을 점령하며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폭싹 속았수다’는 신기하게도 나의 이야기였다가 나의 어머니의 이야기 같다가, 다시 또 나의 이야기 같은, 세대를 관통하는 울림이 있다. 드라마를 보면서, 아니 살면서 이렇게까지 펑펑 울어본 적이 있던가 싶을 정도였다.

 

그중 스무살 때부터 혼자 타지 생활을 시작한 필자가 가장 공감한 건 금명이가 불쑥 제주의 고향 집으로 왔을 때 아버지 관식과 어머니 애순의 반응이다. 밥 있다고, 새 밥 금방 된다고 분주하게 주방으로 향하는 애순. 날이 춥다고 서둘러 방석과 난로를 가져와 금명에게 건네는 관식. 그리고 그들의 얼굴에 활짝 피어난 웃음까지, 6개월에 한 번 집에 갈 때면 늘 보던 모습이었다.

 

‘내가 세상에서 100g도 사라지지 않게 했다.’

 

그렇게 매번 나의 100g을 지키느라 전전긍긍하는 부모님이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전화를 거는 그 몇 분을 아까워했다. 전화가 와도 후다닥 끊느라 바빴다. 말이 길어지면 늘 마지막은 짜증이 따라 붙었다.

 

폭싹 속았수다를 보고 나서는 아주 조금, 부모의 인생에도 나와 같은 시기가 있었다는 걸, 그들도 누군가의 자식이었다는 걸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그들의 사랑이 컸음도 알았다.

 

그래서 이 글을 보는 이들이 지금 당장 전화를 걸었으면 한다. 수화기 넘어 언제라도 나의 편이 돼 줄 그들의 행복을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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