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데리고 나가기 겁나” 체험학습 위축…여행·운수업계 ‘한숨’

현장체험학습 중 학생 교통사망사고… 담임교사 형사처벌
학교들 교외 활동 자제… 전세버스 소풍 대목 날벼락 한숨

지난 19일 수원특례시 신풍동에서 교사 2명이 초등학생들을 인솔하며 길을 걷고 있다. 금유진기자
지난 19일 수원특례시 신풍동에서 교사 2명이 초등학생들을 인솔하며 길을 걷고 있다. 금유진기자

 

“각종 사건·사고로 힘든 연말을 보내고 ‘봄이 왔구나’ 했는데, 학교 소풍까지 사라지니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입니다.”

 

전세버스 업계는 해마다 봄철이 성수기였다. 현장체험학습 관련 예약 문의가 쏟아지는 통에 바쁜 나날을 보내며 연 전체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3~4월에 채우는 식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경기도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만 봐도 예년에 비해 학교에서 들어오던 ‘일감’이 10% 이상 줄어든 상황이다.

 

조성철 명진관광 대표(62)는 “봄과 가을은 연중 매출의 70~80%를 차지하는 시기인데 올해는 예약 취소뿐 아니라 신규 예약도 뚝 끊겼다”면서 “특히 체험학습 관련 매출이 절반 이상 줄어서 타격이 크다”고 토로했다.

 

매년 ‘봄 소풍 대목’을 누려왔던 여행·운수·관광업계가 학교 현장학습 축소로 활력을 잃었다. 최근 학교 현장체험학습 도중 발생한 학생 교통사망사고로 담임교사의 형사처벌이 확정되면서 ‘교외 현장학습’이 위축된 여파다.

 

21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법원은 지난 2022년 강원도 속초에서 초등학생이 체험학습 중 교통사고로 숨진 사건을 두고, 올해 2월 담임교사에게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한 혐의로 1심에서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후 교육계에선 교사의 책임과 부담이 막중해졌다는 우려가 퍼지며 교외 체험학습을 미루거나 취소하는 분위기가 생겼다. 학교 소풍 등을 기다린 여행 등 업계로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중이다.

 

지난 19일 오후 3시께 찾은 고양시 백석동의 한 전세버스 운수업체. 학교 현장의 단체 예약 감소로 차고지에 세워진 전세버스가 늘었다. 금유진기자
지난 19일 오후 3시께 찾은 고양시 백석동의 한 전세버스 운수업체. 학교 현장의 단체 예약 감소로 차고지에 세워진 전세버스가 늘었다. 금유진기자

 

특히 운송계의 체감이 크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버스를 구하지 못한 전국 학교들이 경기도 업체까지 연락해 추가 예약 문의를 해왔지만 올해는 잠잠하다.

 

체험학습장도 멈춰섰다. 용인 에버랜드는 올해 1월부터 4월 현재까지 초등학교 단체 예약률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0% 줄었고, 성남시 한국잡월드에 접수됐던 4~5월 초등학교 단체 예약 역시 일부 취소됐다.

 

안성에서 초등학생 야영장 등을 운영해 온 한 캠핑장 관계자는 “초등학교 단체 예약이 작년보다 80% 가까이 줄었다”며 “저희는 학교 수요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이 흐름이 지속되면 운영을 접는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체계적이고 분산된 책임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강원도 체험학습 중 발생한 안타까운 사고 이후 예약 절벽에 직면한 관광·체험업계 상황은 사회 전반의 연결 구조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교육계 등이 책임의 합리적 분담과 안전관리 시스템의 제도화를 함께 모색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학교, 체험업체, 지자체가 참여하는 ‘3자 안전책임 협약체’ 구성, 체험학습을 전담 기획·관리하는 ‘체험학습 안전 컨설턴트 제도’ 도입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기도의회 김일중 의원(국민의힘·이천1)이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25년 경기도 초중고 현장체험학습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경기지역 초등학교 1천359곳 중 절반에 가까운 611곳(44.9%)이 체험학습 계획을 세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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