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김광일 부회장 '무책임'…순익 급감 롯데카드, 경영난 홈플러스·네파 살리는데 이용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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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카드 사옥 전경. 연합뉴스

 

물의를 빚고 있는 MBK파트너스가 피인수기업들의 부실을 줄이기 위해 또 다른 피인수기업인 롯데카드를 동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홈플러스는 기업회생 신청 직전까지 롯데카드의 구매전용카드를 활용해 부실을 외면했고, 경영난에 빠진 네파 역시 롯데카드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정황이 포착됐다. 관련 업계에서는 “MBK가 위기 기업들을 상호 이용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실 등에 따르면 롯데카드의 지난해 구매전용카드 매출은 약 7천953억 원으로 2022년(1천264억 원) 대비 6배 이상 급증했다. 2021년 759억 원 수준이었던 구매전용카드 매출은 홈플러스가 롯데카드를 통해 외상거래를 카드결제로 바꾸는 구조를 도입한 2022년부터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매전용카드는 카드사가 홈플러스 협력업체에 대금을 선지급한 뒤, 홈플러스가 후불로 갚는 구조로, 사실상 홈플러스에 단기 외상을 제공하는 셈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롯데카드가 채권을 자체 보유할 경우 홈플러스의 부도 리스크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는 점이다.

 

실제 롯데카드는 지난해 홈플러스 구매전용카드 매출의 47%에 해당하는 약 3천700억원은 600억원 구매카드의 연간이용액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MBK가 롯데카드를 통해 홈플러스의 부채를 떠넘긴 셈”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롯데카드는 또 다른 피인수기업인 네파의 유동성 확보에도 동원됐다. 최근 네파는 자산유동화대출(ABL) 방식으로 300억원을 조달했으며, 이 중 100억~150억원가량을 롯데카드가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출금리는 10% 안팎으로 알려졌다.

 

네파는 2013년 MBK가 인수한 이후 ‘아픈 손가락’으로 지목돼 왔다. 인수 당시 656억원이었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23년 60억원으로 급감했으며, 같은 해 이자비용(304억원)은 영업이익(140억원)의 두 배를 넘겼다. 사실상 자체 수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도 대주주인 MBK는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지 않았다는 점이다. 롯데카드의 실적이 이를 방증한다. 롯데카드의 지난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1천372억원으로 전년(3천672억원) 대비 62.7%(2천307억원) 급감했다. 일회성 요인을 제외한 순이익과 비교해도 18.9% 줄었다.

 

업계에서는 이익 급감의 배경으로 팩토링 대출 확대를 지목한다. 롯데카드는 부동산 PF대출을 중단한 뒤 대체 수익원으로 팩토링과 카드론에 주력했으나, 이 과정에서 신용손실충당금이 2022년 4천787억원에서 2023년 7천889억원으로 64.8%(3천102억원) 급증했다.

 

게다가 팩토링 대출에서 786억원 규모의 일부 연체가 발생한 사실도 드러났다. 특히 일부 대출이 심사 없이 영업단 전결로 처리된 정황이 확인돼 금융감독원이 지난 2월 수시검사에 나섰다. 금감원은 현재 연체 원인과 함께 내부통제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한편 피인수기업들의 연이은 경영 부실과 관련해 MBK 김광일 부회장의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김 부회장은 현재 홈플러스 공동대표이사를 포함해 롯데카드, 네파, 딜라이브, 엠에이치앤코, 오스템임플란트 등 MBK가 투자한 국내 18개사의 등기임원을 겸직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김 부회장은 최근 고려아연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에 합류했다. 그러나 정작 제련업과 무관한 인사가 이사회에 들어선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경영 실패의 책임이 있는 인물에게 새로운 경영권을 맡기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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