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거짓말 논란 MBK·홈플러스, 이번엔 책임 떠넘기기?…농축산단체와 '네 탓 공방'

경기도에 위치한 한 홈플러스 전경. 경기일보DB
경기도에 위치한 한 홈플러스 전경. 경기일보DB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가 ‘사재 출연’ 약속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2일 국회는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회장에게 오는 10일까지 구체적인 피해 구제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했지만, 기한을 하루 앞둔 이날까지도 뚜렷한 입장은 나오지 않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사회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조건부 약속으로 국민을 기만하는 행태가 지속된다면 청문회를 통해 책임을 묻겠다”며 압박 수위를 높인 바 있다. 정치권과 금융권에선 MBK가 실질적인 사재 출연 방안, 특히 2조 원 규모의 구제책을 내놓지 않을 경우 강도 높은 정치적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김병주 회장은 여전히 홈플러스 경영과 선을 긋는 태도를 유지하며 침묵하고 있다.

 

거래처들과의 협의 과정에서도 홈플러스는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 반발을 사고 있다. 최근 홈플러스는 서울우유, 농협경제지주 등 납품업체들을 지목하며 “이해단체들이 자기 몫만 챙기고 있어 피해 복구가 지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농축산단체들은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서울우유는 지난달 20일부터 홈플러스에 대한 납품을 전면 중단한 상태다.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신청 전 체불된 납품대금의 지급 방식과 기한을 두고 홈플러스와의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농협경제지주 또한 채권 한도를 대폭 축소하며 납품을 보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홈플러스가 오히려 농축산단체들의 태도를 문제 삼자, 업계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한국농축산연합회는 즉각 성명을 내고 “홈플러스가 일방적으로 거래를 끊어 놓고 피해 책임을 농가에 떠넘기고 있다”며 “여론의 화살을 피하려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병주 회장의 사재 출연 이행도 없는 상황에서 납품 조합들은 불안을 안고 물품을 공급하고 있다”며 “홈플러스는 농업인 앞에 사과하고 구체적인 정상화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MBK는 최근 여론이 악화하자 김 회장의 사재 출연 카드를 급하게 꺼냈지만, 지금까지도 구체적인 출연 시기와 규모는 밝히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MBK가 그간 기업 인수·합병 명분으로 내세운 ‘거버넌스 개선’ 기조를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김병주 회장은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지난달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홈플러스 회생 건으로 언론에 약간의 잡음이 있었다”고 표현해 안일한 인식을 드러냈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정치권과 피해자들을 중심으로 김 회장이 국민 정서와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전형적인 ‘검은 머리 외국인’이라는 비난도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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