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적자에도 배당…MBK, 메디트서 900억 가져갔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MBK파트너스 제공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MBK파트너스 제공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구강스캐너 솔루션 기업 메디트가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MBK가 설립한 소유 법인은 메디트로부터 900억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수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적 악화에도 대규모 배당이 이뤄진 데 대해 ‘홈플러스 사태’의 반복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메디트는 지난해 총 899억원의 배당금을 주주들에게 지급했다. 이 중 대부분은 메디트 지분 99.46%를 보유한 디지털덴티스트리솔루션홀딩스(이하 디지털덴티스트리)에 돌아갔다. 디지털덴티스트리는 MBK가 2022년 말 메디트를 인수하기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으로, 실질적으로 MBK와 동일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MBK는 메디트를 인수하며 약 9천억원 규모의 인수금융을 일으켰고, 이 과정에서 메디트의 현금흐름을 활용해 이자 상환을 추진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당시 인수금융 금리는 연 7% 수준으로, 연간 약 630억원의 이자 비용이 발생한다. 메디트가 적자임에도 대규모 배당이 강행된 배경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문제는 메디트의 재무 상황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는 점이다. 메디트는 지난해 53억원의 영업적자, 23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MBK에 인수된 이후 2년 연속 적자다. 같은 기간 이익잉여금은 2천405억원에서 1천73억원으로 반토막이 났고, 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1천426억원에서 683억원으로 감소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67억원에 불과했지만, 배당금은 그 다섯 배를 넘는 수준이었다. 무리한 배당으로 인해 메디트의 부채비율은 2023년 말 11.51%에서 2024년 말 53.27%로 급등했다. 자본총계가 줄고 부채는 늘어난 것이다.

 

디지털덴티스트리는 MBK의 핵심 인사들이 경영을 총괄하고 있는 구조다. 대표이사는 MBK 최대주주이자 대표업무집행자인 윤종하 씨가 맡고 있으며, 홈플러스 대표이사이자 MBK 부회장인 김광일 씨도 메디트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에 참여 중이다. 메디트가 MBK의 주요 포트폴리오로 분류되는 이유다.

 

업계에선 홈플러스 사태처럼 MBK 특유의 차입매수와 과도한 배당 구조가 메디트에서도 재현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적이 악화된 기업에서 현금창출력을 넘어서는 자금이 대주주에게 빠져나가는 구조는 결국 기업 성장과 투자 여력을 갉아먹는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메디트가 2년 연속 적자를 냈음에도 배당금으로 900억원 가까운 현금이 대주주에게 지급됐다”며 “이런 구조가 반복된다면 제2, 제3의 홈플러스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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