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1천원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의 범위가 제법 넓었다. 시점이 과거형인 까닭은 요즘은 찾기 어려워서다. 흔히 ‘1천냥 하우스’로 불리던 가게가 그랬다. 비슷한 이름의 간판을 걸었던 점포가 서울에도, 수도권에도 즐비했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이처럼 적은 지출을 통해 즐거움과 만족감을 추구하는 구매 행위가 ‘작은 소비’다. 어쩌면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누리는 작은 사치다.
작은 소비에서 중요한 건 ‘어떤 물건을 사느냐’가 아니라 ‘왜 사느냐’다. 의미가 있는 구매라면 과감하게 투자한다. 실례로 사진 촬영을 좋아한다면 다른 부분의 소비를 줄이고 카메라나 렌즈 등에 투자한다. 먹는 것에 행복을 느낀다면 비용과 상관 없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즐거움을 누린다.
작은 소비가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산업활동 동향 분석 결과다. 내수 부진 장기화 속에 추위와 정국 불안까지 겹쳐서다.
좀 더 깊게 들어가 보자.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준내구재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는 전월보다 1.7% 감소했다. 비내구재의 소매판매액지수도 2.5% 줄었다. 준내구재는 예상 사용수명이 1년 미만인 옷, 신발, 소형가전 등이다. 비내구재는 음식료품, 수도, 휘발유 등이다.
준내구재·비내구재 소비는 지난해 12월 1.0%, 1.5% 상승했으나 올해 1월 줄어든 뒤 두 달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준내구재 중에선 옷이 1.7%, 신발 및 가방 등이 8.7% 줄었다. 예년보다 춥고 눈이 많이 내리는 날씨가 이어진 가운데 겨울옷과 봄옷 등도 덜 산 것으로 분석된다. 비내구재 중에는 음식료품 소비가 6.3% 감소했다. 지난해 10월부터 5개월 연속 감소세다. 감소율은 지난해 2월(-6.6%) 이후 1년 만에 가장 컸다. 의약품과 화장품 등은 각각 0.4%, 0.8% 줄었다.
‘작은 소비’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의 경제적 파장이 심상찮다. 미국의 관세폭풍까지 불어닥치고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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