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 따르는 것이 민주주의… 정치권 자성 사회통합 시작
특별기고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분열 마침표 찍고 대국민 통합으로 나아가자”
운명의 날은 밝았다. 지난 12월 중순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이 내려진 지 3개월여 만이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한국과 동아시아의 정치 지형이 요동칠 것이다. 국민의 삶도 국가의 향배와 함께 할 것이다.
윤 대통령의 복귀를 희망하는 측이나 파면을 원하는 쪽이나 모두 각자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대통령이 직무 정지 제도도 없고, 국회나 형사절차에 장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탄핵당한 사례가 없고 정치적으로 현안을 풀어간다.
반면 한국은 1988년 현행 9차 개정 헌법이 시행된 이래 3차례나 대통령이 탄핵당해 장기간 직무가 정지됐다.
5년 단임제 대통령제하에서 중간 총선에서 여소야대가 형성되면 야당은 대선불복에 가까운 대통령 탄핵을 실행했다. 국정은 마비상태가 되어 국제신뢰도는 추락해서 경제가 무너지고 덩달아 국민의 삶도 피폐해졌다.
사실상 분명 헌법 질서에 무엇인가 큰 문제가 있고 이번 탄핵 후에 개헌을 통해 이 제도적 문제는 분명히 시정돼야 한다.
하지만 그전에 당면한 과제는 일단 선고결과에 승복하는 것이다. 재판은 흔히 승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패자를 위한 ‘승복의 기제(수단)’이라고 한다. 결과가 자기 뜻, 희망과 다르더라도 이를 수용해야 한다.
결과의 수용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최소한 절차의 적정성을 엄격히 준수했어야 한다. 헌재의 심리운용이 적정했는지, 증거채택에 있어 너무 서두르고 피청구인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했는지는 큰 의문이다. 또 국민이 알고 싶어하는 계엄선포의 근본적인 이유가 미처 다 밝혀지지도 않은 채 선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불만이다.
그런데도 국민의 합의로 설정된 법 제도에 의한 결과는 따르는 것이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원리에 부합한다. 결과에 따라 큰 소요 사태를 예상하고, 또 어찌 보면 이를 조장, 선동하는 듯한 정치인과 일부 언론의 태도는 전혀 온당치 못하다.
국가의 미래를 위한 헌법재판소 8인의 현자의 현명한 판결을 고대한다.
특별기고 한상진 서울대 사회학 명예교수
정치권의 자성이 국민통합의 출발점
헌재의 결정이 어떻게 나오건 간에 이른바 승자가 환호를 지르고 패자가 비통과 분노로 대결하는 상태로 질주하면, 우리의 미래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헌재의 결정을 계기로 정치권이 크게 자성하는 성찰적 태도를 갖는 것이 사회통합에 긴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오늘의 불행한 사태를 야기한 데 대해 둘 다 과오가 많다. 헌재의 판결이 어떻게 나건, 이른바 승자이건 패자이건 간에, 둘 다 국민 앞에 무릎을 꿇고 사죄하는 입장을 가졌으면 좋겠다.
반대로 서로가 더욱 가열된 흑백논리로 상대를 증오, 배척, 불신하면서 척결해야 할 악마로 낙인찍고 공격의 수위를 높인다면 두 방향의 타협 불가능한 확증편향의 대중심리가 부딪쳐 파열하면서 국민공동체는 사정없이 무너질 위험이 적지 않다. 이것을 막는 막중한 책임이 정치권에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있다.
사실, 정직하고 냉정하게 말해 둘 다 협치의 철학이나 능력, 자격이 부족한 인물이 아닌가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미래를 매우 불안하게 보는 시민들이 생각보다 많다. 하지만 지나간 일을 어떻게 하겠는가? 앞으로라도 잘 돼야 하지 않겠는가? 이렇게 보면, 헌재 판결을 계기로 하여 우리가 유사한 비극의 반복을 막으려면 정치권이 협치의 정신으로 돌아와야 한다.
이번 사태만 하더라도 불법 계엄을 엄밀히 따져 탄핵을 충분히 성사시킬 수 있는 사안이었으나, 내란의 틀로 확대 포장하면서 문제가 꼬였고 복잡해진 측면이 크다. 과유불급, 중용의 정신이 아쉽기만 한다. 참담한 현실에서 정치권의 책임 윤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분열되고 상처받은 국민의 마음을 통합의 방향으로 이끌려면, 여야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 같이 이번 사태에 책임이 크다는 점에서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면서, 개헌의 길로 국민 통합을 이끄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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