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사는 것은 물소리 같다/그럴까, 봄날도 벌써 어둡고/그 친구들 허전한 웃음 끝을/몰래 배우네.’ 마종기님의 시 연가는 봄마다 꺼내 보는 애송시다. 꽃피는 소리처럼 삼월이 지났다. 대춘의 기대는 어느새 한바탕 꽃을 피워 놓고 도망간 기분이다.
삼월 끝에 수강생들이 들려준 어반스케치 이야기를 다시 내어 본다.
낯선 수원의 새 아파트로 이사 온 김희정님이 새 길을 찾다가 만난 공터 풍경을 담았다. “이곳은 잘 정돈된 건물과 도로 사이에 섬처럼 몇몇 집이 모여 있었다. 하나같이 문 앞에는 고추 모종과 파 모종이 자라고 있었고 간혹 정돈되지 않은 마당은 사람이 살지 않을 것 같은 상상을 키웠다. 파릇하게 올라온 길쭉한 고추들은 할머니의 호통을 엄숙히 담은 대자보 옆에 웅크리고 있었다(고추 따가지 마라, 도적놈들아!).” 철도회사에서 오랜 직장 생활을 마친 이재년님은 수업 시간에 그려온 멋진 간이역을 보기 위해 비로소 월정리역을 찾아 그림에 담았다. 젊은 날 등산을 좋아한 김연화님은 산을 통한 아름다운 추억을 담았고 동화 같은 알프스 여행을 담은 안형숙님, 시골에 홀로 사는 시어머님을 모시고 남편과 함께 울진 여행을 했다는 권향숙님, 박정란님은 한정식집 넓은 뜰에서 음식을 매개로 한 지인들과의 정담을 담았다. 그 밖에도 중국인 리린의 다변적 한국살이, 천현경님의 손바닥 정원 이야기도 눈물 닦은 손수건처럼 깊은 사연이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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