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 겸직’ 김광일 MBK 부회장, 고려아연 이사 선임 논란…“모럴 해저드”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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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홈플러스 공동대표). 연합뉴스

 

영풍 강성두 사장이 고려아연 이사회에 진입한 데 이어, MBK파트너스 김광일 부회장까지 고려아연 이사진에 합류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김 부회장은 이미 18개 기업에서 등기임원을 겸직하고 있는 데다, 최근 홈플러스의 기습적 기업회생 신청 사태로 도마 위에 오른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번 이사 선임은 “투기적 사모펀드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9일 비철금속업계에 따르면 김 부회장은 지난 28일 열린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에서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에 이름을 올렸다. 같은 날 집중투표제로 치러진 이사 선임 안건에서 MBK와 영풍 측이 추천한 17인 후보 중 김광일 부회장과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강성두 영풍 사장이 선임됐고, 고려아연 측에서는 6명의 후보가 이사회에 합류했다.

 

하지만 시장과 정·관가 안팎에서는 김 부회장의 선임에 대해 우려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김 부회장은 홈플러스 대표이사로 재직 중 지난 1월23일 기습적으로 회생 절차를 신청하며 투자자와 협력사, 직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대부분이 그를 고려아연 이사 후보로 ‘부적격’ 판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MBK·영풍 측이 김 부회장과 강 사장에게 집중적으로 표를 던지며 이사회 진입을 밀어붙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부회장은 홈플러스 외에도 딜라이브, 네파, 엠에이치앤코, 롯데카드, 오스템임플란트 등 MBK가 투자하거나 인수한 기업 18곳에서 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한 사람이 지나치게 많은 기업 경영에 관여하는 비정상적 구조가 홈플러스 사태 같은 혼란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기간산업 기업인 고려아연의 이사진까지 겸직하게 되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김 부회장은 주총장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홈플러스 노조가 이례적으로 고려아연 주총장 앞에서 MBK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는 등 반발이 거세자, 여론을 의식해 불참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부회장이 수십억 원대 슈퍼카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모럴 해저드’ 논란이 불거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정치권과 정부의 압박도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 사태를 계기로 국세청 세무조사에 이어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등 전방위적 조사가 진행 중이며, 국회 차원의 청문회도 예고됐다. 금융감독원은 다음 달부터 MBK에 대해 매주 홈플러스 관련 현안 브리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MBK는 손실은 사회화하고 이익은 사유화하는 방식”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국회 긴급 현안질의에서는 김 부회장의 사치성 소비 행태가 도마 위에 오르며 여론이 한층 악화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환경오염 문제로 악명이 높은 석포제련소를 운영하는 강성두 영풍 사장까지 고려아연 이사회에 합류하면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강 사장은 ISS와 글래스루이스 등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와 주요 국내 자문사들로부터 줄줄이 반대 권고를 받았다. 영풍이 카드뮴 유출, 폐수 방류 등으로 인해 수백억 원의 과징금과 조업정지를 받은 전례가 있고, 최근까지도 수천억 원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점 등이 이 같은 판단의 근거로 작용했다.

 

ESG 평가기관 서스틴베스트 역시 강 사장에 대해 “환경 및 산업안전 관련 리스크 관리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았다”며 적격성 부족을 지적했다. 국회에서는 석포제련소 폐쇄·이전을 논의하는 토론회까지 열리는 등 환경 관련 여론도 심상치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MBK·영풍 측이 고려아연의 경영 개선을 명분 삼아 강 사장을 이사회에 앉힌 것에 대해 “기업 경쟁력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미 최대 이익을 회수한 기업에서는 발을 빼고, 새 먹거리 기업으로 눈을 돌리는 사모펀드의 속성이 그대로 드러났다”며 “MBK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와 함께 사모펀드의 무분별한 경영 개입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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