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학자 양성지는 ‘조선은 성곽의 나라’라고 말했다. 국내에 분포한 성곽은 공식적인 수로만 1천800여개. 이 중 90%가 삼국시대 때 지어졌을 만큼 천년이 넘는 고성이 경기도를 비롯해 곳곳에 있다. 과연 우리는 이 성곽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며 가치를 알리고 있을까.
이런 의문에서 출발해 성곽의 아름다움과 이에 깃든 역사를 사진 미학으로 알리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한국성곽사진가회(KFPA, 회장·김학현, 자문위원 김은수)가 지난 22일 수원시 팔달구 수원화성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개막한 제4회 회원전 ‘성곽의 나라, 세상을 밝히다’이다.
전시에선 고염옥, 김영식, 김지현, 박병대, 신현구, 오상철, 이주하, 정해광, 최종익 등의 작품 40여 점과 강희갑, 박순기, 유영상, 이정희, 조성근 등 초대작가들의 작품까지 총 56점을 만날 수 있다.
한국성곽사진가회는 천년이 넘는 고성인 자랑스러운 우리 성곽을 미학적 관점에서 표현하고 또 하나의 한류 콘텐츠를 만든다는 목표로 지난 2011년부터 전국의 성곽을 돌며 앵글에 담고 있다.
이들이 담아낸 병자호란의 아픔이 깃든 남한산성에선 망국의 슬픔이, 강화산성 남문은 한국 역사에서 외세의 침입과 맞선 기세가, 몽골의 침입에 대비해 쌓은 강화산성에선 고려의 저항정신이 스며들었다.
전라남도 장성의 입암산성은 성내에 크고 작은 방축(防築)을 둬 수원(水源)을 확보했다. 장기간의 농성을 위한 것으로 선조들의 지혜가 엿보인다. 이처럼 전시는 과거에 지어졌으나 현재에도 우리에게 많은 의미를 전하는 성곽을 사진으로 담아내며 그 안에 깃든 역사와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위치에서 작가들이 담아낸 성곽의 평소 볼 수 없었던 모습과 땅거미 진 오산 독산성, 북극성과 함께 찍힌 성곽의 신비로움 등 역사적 이야기와 작가들이 새롭게 해석한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지식과 함께 재미가 덤으로 따라온다.
한국성곽사진가회 창립자인 천명철 작가의 수원화성특별전 ‘눈 속에 핀 수원화성’전도 동시에 진행돼 화성의 아름다운 겨울 모습도 감상할 수 있다. 오랜기간 화성을 촬영해 온 작가는 10여 점의 화성 설경 파노라마 작품을 선보였다.
천명철 작가는 “성곽은 우리만 알고 있기엔 아까운 선조들의 자랑스러운 유산”이라며 “사진가로서 사명을 가지고 준비한 이번 전시를 통해 사람들이 성곽에 친근하게 다가가고, 단순 기록이 아닌 미학적 전시로 성곽을 세계화 하는 데 작은 발판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전시는 3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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