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정치인은 왜 사과할 수 없나

김경희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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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고마워라는 말만 잘해도 인생 문제 절반은 해결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생각해보니 한마디 또렷이 하기도 버겁던 시절부터 ‘감사합니다~ 해야지’, ‘미안하다고 안아줘’라는 말을 들으며 살았구나, 기억이 스쳤다.

 

그래서 작은 일에도 의식적으로 감사와 사과를 건넸다. 그러다 보니 나의 잘못이 상대에게 어떤 상처를 줬을지 고민할 기회도 생겼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며, 고마운 일에 감사를 전하는 일. 이 작은 일을 통해 우린 배려하며 함께 살아갈 질서를 만든다.

 

최근 양우식 경기도의원(국민의힘·비례)의 언론 편집권 침해 발언 사태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 건 사과 않는 이유가 황당해서다.

 

그는 ‘원하는 방식으로 사과하겠다’며 기자회견을 자처한 뒤 본질은 외면한 채 단 한마디 사과 없이 ‘유감’만 표명했다.

 

기자회견을 앞두고 만난 그는 ‘정치인의 사과는 큰 범죄를 저질렀거나 했을 때 하는 거다’, ‘정치인에겐 유감 표명이 곧 사과’라고 했다.

 

정치인이라고 뭐가 다른가. 왜 사과를 할 수 없나. 유감은 미안하다는 뜻이 아닌데 정치인에겐 왜 그게 사과인가.

 

혹자는 정치인은 사과가 부메랑이 돼 공격의 빌미를 주니 ‘유감’으로 대체하는 것이라 한다.

 

그러나 국민의 뜻을 대신 실현하려 존재하는 이가 잘못에 사과조차 못한다면 정치인의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게 사회 질서를 바로잡아야 할 ‘정치’인이 스스로 잘못을 외면하면서 무슨 질서를 논할까.

 

그렇기에 잘못한 일에 사과할 수 없는, 정확히 사과하지 않는 이는 정치인의 자격이 없다. 그건 후안무치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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