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득 변호사(법무법인 마당)
소장부본과 판결정본 등이 공시송달(재판절차나 행정절차에서 송달할 주소를 알 수 없는 경우 송달할 서류를 게시해 놓고서 일정 기간이 지나면 송달이 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의 방법에 의해 송달됐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과실 없이 판결의 송달을 알지 못한 것이다. 이처럼 자신이 책임을 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해 불변기간을 준수할 수 없었다면 피고는 그 사유가 없어진 후 2주일 이내에 추완항소를 할 수 있다.
여기에서 피고에게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란, 피고가 소송을 회피하거나 이를 곤란하게 할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송달을 받지 아니했다거나 소 제기 사실을 알고 스스로 주소를 신고했음에도 그 주소로 소송서류가 송달불능되도록 장기간 방치했다는 등의 사정을 말한다(대법원 2021년 8월19일 선고 2021다228745 판결 참조).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양수금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제1심법원은 주소지로 우편송달, 집행관에 의한 특별송달을 했으나 모두 폐문부재로 송달되지 않았다. 결국 제1심법원은 피고에게 소장부본과 제1회 변론기일통지서를 각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송달했고 피고가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1회 변론기일을 진행해 변론을 종결하고 소액사건심판법에 따라 같은 날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법원은 그 판결정본을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피고에게 송달했다. 피고는 위 판결정본의 공시송달 효력발생일로부터 2주가 지난 후에 판결 등본을 발급받고, 제1심법원에 추후 보완 항소장을 제출했다.
그런데 피고는 원고로부터 제1심 사건번호가 기재된 ‘법적절차 착수 통보’를 받게 되자 이를 문의하기 위해 원고와 통화한 사실이 있었다. 또한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소를 제기해 소송이 계속 중인 사실을 알리고 사건번호를 안내했다. 이러한 사정을 근거로 항소심은, 피고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해 항소기간을 지킬 수 없었던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피고의 추후 보완 항소를 각하했다.
그러나 대법원(2025년 3월13일 선고 2024다300266호 판결)은 이와 달리 판단했다. 우선, 피고가 이 사건 소제기일, 청구취지와 청구원인 등을 포함한 구체적인 내용을 제대로 파악했다고 보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다. 또한 피고는 원고와 2차례 전화 통화를 하면서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하겠다’고 답했는데, 이는 소장 부본을 송달받은 후 내용을 살펴보고 답변서를 제출하는 등의 방법으로 대응하려 한 것이다. 특히 제1회 변론기일에 피고가 출석하지 않았을 때 곧바로 변론이 종결돼 같은 날 판결이 선고되리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결국 이 사건에서 피고가 소송을 회피하거나 이를 곤란하게 할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송달을 받지 아니했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대법원은 피고가 제1심판결이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송달된 사실을 알지 못한 것에 대해 과실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하면서,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을 파기환송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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