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 전곡연주…노부스콰르텟 세 곡에 응집한 브람스의 현악사중주
2007년 결성해 어느덧 19년 차를 맞은 노부스콰르텟은 명실상부 우리나라 대표 현악사중주 팀이다. 멘델스존, 베토벤, 쇼스타코비치 등 전곡 완주에 능한 이 팀은 3월 1일 부천아트센터 외 세 곳에서 두 번째 브람스 전곡을 완주했다.
지성인의 대화, 우아한 토론
괴테는 현악사중주에 대해 “4명의 지성인이 나누는 대화”라고 표현했다. 반원 형태로 무대에 앉아 각자의 프레이즈를 연주하고, 서로의 소리를 듣고, 동시에 소리 높이는 모습을 떠올려 보니 꽤나 우아한 토론의 모습 같기도 하다.
독주나 피아노와의 듀오에 익숙한 현악 연주자들도 실내악, 그중 현악사중주는 필수적으로 경험해야 하는 연주 영역이자 잘하고 싶은 편성으로 꼽을 정도로 현악사중주 활동에 적극적인 편이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현악사중주단은 긴 시간 팀을 유지하며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고 있으며 현악사중주를 위한 레퍼토리도 고전부터 현대까지 풍부하다.
두 대의 바이올린, 비올라와 첼로는 모두 바이올린족에 속하는 현악기로 어찌 보면 음역 외엔 큰 차이가 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간혹 일반 청중은 현악사중주를 다소 진입장벽이 높은 편성으로 여기기도 한다. 그런데 현악사중주 연주자들은 비슷한 음색의 악기 4대가 서로의 존재감을 드러내려 할 때보다 일치를 이루는 것이 더욱 어렵다고 말한다. 비로소 네 대의 악기가 하나의 소리를 만들어 냈을 때 ‘완벽한 앙상블’이라는 평을 듣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2007년 결성해 올해로 19년 차를 맞은 노부스콰르텟의 등장은 ‘실내악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 그야말로 반갑고 귀한 소식이었다. 한국종합예술학교 출신이라는 공통점으로 뭉친 이들은 결성 원년 멤버인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40)과 김영욱(36), 2018년 합류한 비올리스트 김규현(36), 2020년 합류한 첼리스트 이원해(34)로 구성돼 있다. 2008년 오사카 콩쿠르 3위를 시작으로 2012년 뮌헨 ARD 콩쿠르에서 2위 수상, 2014년 제11회 모차르트 국제 콩쿠르 우승을 통해 실내악을 향한 본인들의 ‘진심’을 검증받았다.
연주자·관객 얼마나 빨리 몰입하느냐가 관건
국내외 실내악 팬들에게 자신들의 이름을 각인한 이후 노부스콰르텟은 2020년 멘델스존 현악사중주 전곡(6곡) 연주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현악사중주 전곡 연주에 돌입한다. 2021년 쇼스타코비치 현악사중주 전곡(15곡)을 나흘에 걸쳐 완성했으며 그해 8월 브람스 현악사중주 전곡(3곡)을 연주했다. 런던 위그모어홀 상주음악가로 선정된 2022~2023 시즌엔 베토벤 현악사중주 전곡(16곡)에 도전했고 올해 프랑스 클래식 레이블 아파르테를 통해 여섯 번째 음반 ‘브람스’를 발매하며 다시 한번 브람스 전곡 연주에 나섰다.
브람스의 현악사중주 작품은 세 곡뿐이지만 이 곡들을 완성하기 전 스무 곡에 달하는 현악사중주 곡을 폐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브람스 스스로 현악사중주 작품에 대한 기준이 높았고 완성도에 대한 욕심이 컸던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게 완성된 1번의 1악장은 시작부터 많은 음과 세밀한 멜로디를 뿜어냈다. 평소 음향 좋기로 손꼽히는 부천아트센터이지만 브람스 현악사중주 1번의 쏟아지는 멜로디를 소화하기에 다소 과한 울림이 아니었나 싶다. 특히 어떤 무대건 첫 곡, 첫 악장에서는 연주자들도 몰입이 덜 된 상태이기 마련인데 그렇게 영점이 잡히지 않은 연주에는 아무리 좋은 공명이라도 약간의 독이 될 수 있다는 걸 또 한번 깨달았다.
노부스콰르텟은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을 고정하지 않고 작품에 따라 변화를 주고 있다. 이날 브람스 전곡 연주에서도 첫 곡 ‘1번, Op.51-1’은 김영욱이 제1바이올린으로, 김재영이 제2바이올린으로 나섰고 ‘2번, Op.51-2’와 ‘3번, Op 67’은 바꿔 연주했다.
앙상블이 연주에 몰입하고, 청중이 작품에 빠져드는 데 제1바이올린의 역할은 크다. 김영욱의 제1바이올린은 스스로 조금 두드러지더라도 확실하고 빠른 방법으로 팀을 깨워 앞장서 끌고 나가는 모양새였다면 김재영은 맨 뒤에 서서 상황을 살피면서 나머지 세 악기의 틈을 메우고 아우르며 지지하는 방식이었다. 완전히 다른 두 스타일의 제1바이올린이어서 이것 또한 노부스콰르텟 연주의 장점이자 특징이었다.
2027년은 베토벤 서거 200주기이자 노부스콰르텟 창단 20주년이 되는 해로 노부스콰르텟은 베토벤 전곡을 다시 연주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20대부터 시작된 이들의 대화가 세월의 변화에 따라 어떤 깊이와 이야기를 더할지 기대감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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