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경기형과학고 지정을 환영하며

최경연 전 부천고교장

image

경기형과학고가 최종 지정, 고시됐다. 그동안 경기도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으로 전환 2교(부천고, 분당중앙고), 설립2교(시흥시,이천시)라는 경기도교육의 염원이 3월2일 확정된 것이다. 경기교육과 한국교육을 위해 매우 뜻깊은 소식이라고 생각한다. 크게 환영할 일이다.

 

이제 시작이다. 경기형과학고가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자 한다면 이제 이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하고 실행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경기형과학고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지난 1월15일 발표된 선정 결과와 그 연장선에서 임태희 교육감의 발언에 주목하고자 한다.

 

지난 4일 임 교육감은 기자간담회에서 “기존의 과학고는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을 일률적으로 가르치는 방식이지만 경기도형 과학고는 학생이 자신의 관심 분야를 선택해 심화 학습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구성할 것”이라며 “불필요한 필수과목 부담을 줄이고 미래 사회와 산업 수요에 맞는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키우는 방향이어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과학고가 단순히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는 입시기관이 돼서는 안 된다. 경기도교육청이 추진하는 과학고는 미래 과학기술 인재를 양성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발언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상당히 의미 있고 진전된 과학고 형태의 모습을 그려놓고 있다. 경기형과학고의 특성을 각 지역의 산업적 특성에 맞는 4개 영역의 특화한 형태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전제적으로 고민해야 할 점이 있다. 과학고의 보편성과 특수성의 조화 문제가 그것이다.

 

실제 과학고의 정체는 수학과 과학에 재능이 있는 학생들이 과학적 기초를 튼튼히 해 자신들의 진로 선택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과학고도 고등학교다.

 

고등학교는 사회인으로서의 삶을 영위하고 상급학교인 대학교육을 충실히 소화할 수 있는 기초역량을 기르는 데 목적이 있다. 이에 비춰 본다면 과학고는 상급학교인 대학 진학을 염두에 둔 학교일 수밖에 없다.

 

KAIST, GIST, UNIST, DGIST 등 대한민국 과학기술인재 양성을 위한 특수고등교육기관으로의 진학이 주를 이룰 것이다. 이들 대학은 모집 단위를 무전공 내지 계열별 단위로 하고 있다. 아울러 기존의 일반대학교도 그 대학 전공을 수학할 수 있는 기초소양과 역량을 평가해 선발할 것인데 과연 ‘반도체, 인공지능(IT·AI), 바이오, 로봇’ 등에 특화된 형태의 교육과정을 운영한 학교-그러한 형태의 교육과정을 갖추기도 쉽지 않거니와 설사 운영했다 하더라도-가 지금의 대학 진학과 진로 환경에 얼마나 부합할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또 살펴봐야 할 것은 ‘반도체, 인공지능(IT·AI), 바이오, 로봇’ 등에 특화된 형태의 경기형과학고와 특정 분야별 하이테크 특화사업으로 운영되고 있는 특성화고등학교인 마이스터고등학교(경기도의 수원하이텍고, 평택마이스터고, 용인반도체마이스터고, 경기게임마이스터고 등)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다.

 

그러므로 과학기술인재 육성이라는 측면에서 기존의 마이스터고와 경기형과학고 교육과정이 어떻게 다르고 차별화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경기형과학고의 방향은 4차 산업과 디지털혁명 시대에 요구되는 인재상인 창의 융합형 인재 육성에 둬야 할 것이다. 그런 인재는 현재적 상황에서 요구되는 특정 분야에 특화된 인재일수만은 없다.

 

그 인재는 사회 변화에 빠르게 적응할 뿐 아니라 변화를 선도할 수 있는 탄력적인 사고 능력과 실천력, 그리고 의지력을 갖춘 인재여야만 한다. 경기형과학고의 정체성도 그에 맞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