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제를 논함에 있어서는 언론의 반성이 요구된다. 우리 역시 이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밝혀두는 바다. 대형 사건·사고에 시·군 명칭을 붙이는 문제다. 과거 ‘○○ 연쇄 살인 사건’에서 최근 ‘△△오폭 사고’ 등 수도 없다. 사건·사고를 특정하기 쉽다는 편의성이 시작이다. 주로 언론 또는 유튜브가 명명의 출발지다. 여기서 오는 지역의 피해가 장기적이고 치명적이다. 본보가 이에 대한 고민을 제시해 봤다.
이 문제의 효시라 할 사건은 ‘○○연쇄살인 사건’이다. 1990년대 군(郡) 지역에서 10차례 살인이 발생했다. 2003년 이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살인의 추억’이 만들어졌다. 그 촬영에 대해 주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결국 주민 의견이 반영됐고 합의가 이뤄졌다. ○○이라는 지역명이 절대 등장하지 않아야 하고, ○○지역에서는 촬영도 하지 않는다는 약속이었다. 관행이라던 ‘지역 사건명’에 제동이 걸렸다.
폐해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많은 사건에 발생 지역명이 병기되고 있다. 최근에는 공군의 오폭으로 특정 지역이 피해를 입은 일이 있었다. 해당 지역이 쑥밭이 됐다. 전국의 눈길이 몰렸다. 이 사고를 ‘△△오폭 사고’라고 표현한다. 주민들의 불만과 분노가 여간 아니다. 이런 경우 지역이 받는 유무형의 타격이 크다. 소비자 심리를 위축시키기도 하고, 관광객의 발길을 끊게 하기도 한다. 관련 추정치가 있다.
지난해 6월24일 ‘리튬 배터리 공장 화재’가 발생했다. ‘○○’이라는 지역명이 함께 붙었다. 본보가 이번에 확인한 그해 7월 ○○지역 방문객 수가 있다. 802만4천317명으로 전년도 동기 대비 12.8% 급감했다. 6~7월 관광 수입도 전년 대비 9.6% 줄었다. 2020년 7월 발생한 ‘물류센터 화재 사고’도 있다. 역시 지역명이 붙었다. 그해 7~8월 해당 구(區) 방문자와 관광 수입이 대략 10%, 15% 줄었다.
이런 통계가 논리의 정당성을 증명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 지역 방문자, 관광 수입 변동에는 많은 요소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지역명이 표시되는 사건·사고로 받는 지역의 피해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지역 알리기는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시·군 관광 행정의 공통된 목표다. 행사·축제·홍보에 큰돈 쓰는 이유도 여기 있다. 이런 노력을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것이 사건·사고 앞 지역명이다.
언론의 각성이 필요함을 인정한다. 강제 규정 마련 방식에도 동의한다. 여기에 또 하나의 주문이 있다면 지자체 행정이다. ‘아무개 토막살인 사건’이 10여년 전 발생했다. 사건 직후 언론이 동(洞)을 사건명에 붙였다. 해당 지자체가 즉시 사건명 정정 노력에 나섰다. 언론에 협조 공문을 발송했다. 일부 언론에는 항의 서한도 보냈다. 해당 사건에서 지역명은 그 즉시, 그리고 영원히 사라졌다. 소개할 만한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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