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Chasm)이란 단어는 원래 지질학 용어다. 땅, 바위, 얼음 속 등에 난 아주 깊은 틈을 설명할 때 사용됐다.
요즘은 새로 개발된 제품이나 서비스가 대중에게 수용되기 전까지 겪는 침체기를 가리킬 때 쓰인다. 초기 시장에서 주류 시장으로 넘어 가는 과도기에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되거나 후퇴하는 단절 현상을 뜻한다.
경제학에서 소비자는 혁신·선각 수용, 전기 다수, 후기 다수, 지각 수용 등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첨단 제품이 출시되면 혁신·선각 수용자는 기술 애호나 잠재적 이익 등을 고려해 구입한다. 전기 다수 및 후기 다수 계층은 실용적인 측면이 증명돼야 구매한다. 기업 관점에서 볼 때 이 두 계층이 사들일 때 비로소 수익성이 좋아진다고 판단한다. 그렇다면 누가 처음 이 단어를 경제 용어로 사용했을까.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던 컨설턴트 제프리 무어 박사다. 1991년 상반기였다.
그때로 돌아가 보자. 당시 MP3 플레이어가 막 시장에 출시됐다. 이후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와 CD 플레이어 등에 밀려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음원 다운로드 플랫폼이 구축됐고 그러면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MP3 플레이어는 캐즘을 이겨낸 대표적인 제품이었다.
캐즘은 주로 정보기술(IT) 등 첨단 산업에서 발생한다. 해당 산업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한 제품과 서비스를 많이 선보이는데 소비자가 이에 적응하고 가치를 알아보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이 현상을 극복하지 못하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는 점이다. 대다수 벤처기업이 성공하지 못하고 중도에 쓰러지는 건 캐즘을 이겨 내지 못해서다.
이런 가운데 최근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시적 수요 정체에다 전기차용 배터리도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고 있어서다. 최근 정국에서도 이런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선 꼭 넘어야 할 산이다. 반드시 이겨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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