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난당한 장물 ‘대명률’…사상 첫 보물 지정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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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대명률'. 국가유산청 제공

 

도난당한 장물을 사들인 것이 드러나 논란이 된 고서 ‘대명률(大明律)’이 보물에서 제외된다. 국보, 보물 등 국가지정유산을 취소하는 첫 사례다.

 

11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문화유산위원회 산하 동산문화유산 분과는 최근 회의를 열어 보물 ‘대명률’의 지정을 취소하기 위한 행정처분 취소 계획을 논의해 가결했다. 대명률이 지난 2016년 보물로 지정된 지 9년 만이다.

 

문화유산위원회는 “(보물) 허위 지정 유도에 따른 형이 집행됨에 따라 이에 따른 후속 처리를 진행하기 위한 조치”라며 “법률 자문을 거쳐 결정했다”고 말했다.

 

‘대명률’은 조선시대 형법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자료로 여겨져 왔다. 중국 명나라의 형률 서적으로 1389년에 간행된 것으로 추정되며, 국내외에 전해 내려온 책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희귀본이다.

 

그러나 대명률이 보물로 지정된 지 4개월여만에 논란이 일었다. 지난 2016년 경기북부경찰청이 전국 사찰과 사적, 고택 등에서 문화유산을 훔친 도굴꾼과 절도범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장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대명률은 2011년 도난 신고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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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명률' 앞·뒤 표지. 국가유산청 제공

 

앞서 문화 류씨 집안이 1878년 경북 경주에 세운 서당인 육신당 측은 1998년 무렵 건물 현판과 고서 등 총 81건 235점의 유물이 사라졌다고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했다.

 

당시 수사 결과에 따르면 경북 지역의 한 사립 박물관장이던 A씨는 2012년 장물을 취급하는 업자에게 1천500만원에 대명률을 샀고, 이후 보물 지정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대명률을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유물’이라며 입수 경위를 속인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3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국가유산청은 보물 지정 당시 중대한 하자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위법하거나 부당한 처분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한 ‘행정기본법’을 근거로 취소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현재 ‘대명률’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임시로 보관 중이다. 국가유산청은 조만간 보물 지정 취소 계획을 누리집과 관보 등을 통해 공고할 예정이다.

 

국가유산청은 “문화유산 출처 및 소장 경위를 철저히 검토하고 지정 심의를 강화할 예정”이라며 “지자체 등과 협의해 사전 검증을 비롯한 절차를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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