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저성장 극복... 사회경제 배려와 함께해야

저성장 극복 방안으로 거론되는 ‘기술혁신’
일자리·생계문제, 심각한 사회갈등 야기도
기술혁신에 의한 경제 성장 가능하려면
불안한 삶에 대한 합당한 대비책 마련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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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성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올해 들어 각종 경제지표가 마이너스 수치를 보이고 있다. 한국 경제가 원래 어두웠는데 여기에 정치적 불안정이라는 요인이 가미돼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정치적 불안정은 그 진폭이 크든 작든 어떤 형태로든 조만간 해소될 것이다. 그런데 경제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특히 단기간에 해소될 성질의 것이 아니기에 우리를 몹시 불안하게 만든다.

 

경제 문제 중 대표적으로 저성장이 요즘 화두다. 한국은행 등 여러 기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지난해 말 2.1%이던 것이 이제는 1.5%까지 조정됐다. 대외 여건 악화로 수출이 위축되고 제조업 부진은 설비투자를 감소시켜 고용에도 영향을 끼치는 실정이다.

 

내수 둔화와 경기 부진의 지속성을 벗어나기 위해 금리를 탄력적으로 조정해야 하는데 이는 환율 변동과 연동되기에 이마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러다 일본의 장기 정체가 우리의 현실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저성장을 극복하는 주요 방안으로 기술혁신이 자주 거론된다. 기술혁신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경제를 성장시킨다고 보기 때문이다. 기술혁신은 경제성장만 아니라 개개인의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고 한다. 예를 들어 최근 부각되고 있는 인공지능이 기술적 특이점에 도달하는 일반형 인공지능이 되면 엄청난 생산성 증가를 보일 것으로 예측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미국과 중국은 인공지능을 놓고 사활을 건 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과학기술의 변화와 그에 따른 사회적 변화 흐름은 거역하기 어려운 법인 만큼 이 흐름을 타야 하고 한국도 여기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한국 경제를 저성장에서 성장으로 전환시키는 주요 동력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다만 여기서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이러한 기술혁신 또한 숱한 사회적 문제 발생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술혁신이 생산성 향상을 추동하는 것은 좋은 일이나 여기에는 일자리 문제, 먹고사는 생계 문제가 수반돼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버 택시 도입이 우리나라에서 기존 택시업자들의 저항을 불러일으키고 좌절한 적이 있었다. 이는 기술혁신이나 경제적 효율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먹고사는 문제 해결과 사회적 이해를 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편 일자리가 사라지기도 하지만 새로 생긴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그런데 기술혁신이 이루는 높은 기술 수준을 감안할 때 새롭게 생긴 일자리가 아무에게나 쉽게 허용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기에 중단기적으로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이 더 크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더군다나 일반형 인공지능이 보편화되는 시기도 머지않다고 한다. 이 경우 특히 중산층 일자리나 전문직 일자리까지도 조만간 대대적인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전통적으로 제조업 및 남성 중심 고용의 산업화에 오랜 기간 고착돼 왔다는 것이다. 이는 중산층과 전문직을 포함해 대부분의 일자리가 고용을 통한 소득 확보 장치이고 이로써 자신의 생계 위협에 대비했다는 것을 말한다. 사회보험이나 공공부조 등이 있다고 하나 아직은 미미한 보완 장치에 불과하다. 그런 만큼 일자리의 위협은 목숨을 건 싸움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기술혁신에 의한 경제성장은 소수의 특수한 계급이나 계층을 제외한 대다수가 불안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 위험 사회에 대한 합당한 대비책이 마련돼야 가능해 보인다. 실직자에게 일자리를 보장하든지 사회보장성 소득을 충분히 보장하라는 주장이 비록 급진적이긴 하나 우리 사회의 주요 담론이 된 적도 있었다.

 

최근에 대안으로 대규모의 세계적인 기술혁신 기업을 만들어 그 지분의 일부를 국민들에게 나눠 주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금은 이 모든 것에 대한 열려 있는 자세와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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