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단상] 진보와 보수보다 국민이 먼저다

오랜 세월 분열·대결·갈등 언어인
‘이념의 틀’ 넘어 국민 삶 책임지는
정당으로서의 정치적 역할 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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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 의원실 제공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은 중도보수 정당”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 이후 민주당이 진보냐, 보수냐를 두고 때 아닌 이념 논쟁이 불거졌고 일부에서는 민주당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이념 논쟁은 분열과 대결의 언어다.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이념은 줄곧 갈등과 대립의 원인이 돼 왔다. 분단과 전쟁, 군사독재를 거치면서 민주화운동을 했던 진영은 진보좌파로, 반대편에 서 있던 진영은 보수우파로 규정됐다. 그리고 정치적으로 이 구도가 지속되면서 오랜 세월 대립과 반목이 반복됐다.

 

지금 다시 이러한 이념 논쟁에 불을 붙이는 것은 소모적인 일이다. 민주당의 정체성을 두고 논의하는 것은 의미 있지만 이를 진보와 보수 이분법 속에서 해석하려는 시도는 민주당이 걸어온 길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언제나 현실을 고려한 실용적인 선택을 해왔다. 이념 논쟁에 앞서 민주당이 어떤 정당인지 다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민주당과 민주당이 배출한 대통령은 시대의 요구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해 왔다.

 

김대중 대통령은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자유시장경제를 적극 수용했다. 당시 정책기조를 보면 김대중 정부는 금융개혁과 기업 구조조정을 통해 시장 기능을 회복하는 데 집중했다. 경제위기라는 현실 속에서 진보라는 이유로 시장 개입을 확대하는 정책을 선택하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미 FTA를 체결했다. 한미 FTA 추진은 시장 개방을 통한 경제성장 전략의 일환이었다.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현실적 선택이었고 이러한 행보가 보수적인 정책으로 비친 것도 사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유럽 기준으로 보면 민주당은 보수 정당”이라고 말한 바 있다. 새누리당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진보적 성향이었을 뿐 민주당 자체가 진보 이념을 앞세우는 정당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의 이번 발언과 인식이 다르지 않다.

 

필자는 1988년 평민당에 입당해 민주당의 역사와 함께해 왔다. 그러나 민주당 강령에서 진보 혹은 보수라는 이념을 명시적으로 내세운 적은 없다. 민주당은 언제나 민주주의 정신을 계승하고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하는 정당이라는 지향성을 유지해 왔다. 특히 이념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현실적 정책을 고민해 온 것이 민주당의 역사다.

 

이념 논쟁에 빠지면 현실을 놓친다. 진보와 보수보다 국민이 먼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진보와 보수의 구분이 아니라 실용이다.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삶이 나아지는 것이지 특정 이념을 따르는 정치가 아니다. 경제성장, 민생안정, 사회안전망 강화 등 국민이 체감하는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다.

 

윤석열 정부의 무능, 계엄과 탄핵 정국 속에서 대한민국은 경제적·사회적 위기를 겪고 있다. 경제의 불안정 속에서 가계 부담은 커지고 있고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금 민주당이 할 일은 이념 논쟁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유능한 정당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의 중도보수 정당 발언도 그 연장선에서 봐야 한다. 중도와 합리적 보수까지 포용하는 민주당이 돼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민주당이 진보냐, 보수냐를 구분하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현실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유능한 정당이 되기 위해 민주당은 이념의 틀을 넘어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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