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동마을 주민의 생존권이 안보를 위협하는가. 유엔사의 지배권이 우리 국민의 생존권에 우선하는가. 파주 대성동마을 주민들이 다시 한번 분단의 현실과 마주했다. 귀신소리, 짐승 울음소리에 시달려 온 게 벌써 8개월째다. 지난해 7월부터 북한 당국이 노골적으로 송출해 온 대남방송이다. 일상생활이 불가능하고 수면 부족 등의 질병까지 발생하고 있다. 때마침 이를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마련됐다. 6월부터 시행될 개정 민방위기본법이다.
같은 유형의 대남방송이 휴전선 곳곳에서 이어진다. 북한과 불과 400m 떨어진 대성동의 피해가 그중 심각하다. 이를 구제하기 위해 파주시가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그 시작이자 핵심이 대성동마을에 대한 소음 측정이다. 대성동마을은 비무장지대로 유엔사 측의 관리를 받는 특수 지역이다. 이번 소음 측정 행위 일체도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유엔사 측의 불허 통보가 있었다는 것이다. 파주시의 관련 업무 추진이 중단됐다.
시는 “불승인 사유가 ‘안보상 이유’라는 것밖에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파주시가 운영하던 간이 소음 측정도 중단됐다. 유엔사가 장단면 행정복지센터의 간이 소음 측정 작업을 중지시켰기 때문이다. 시가 지난해 7월부터 운영해 오던 시설이다. 이로써 대성동마을 주민을 위한 소음 피해 관련 작업은 모두 중단됐다. 남아 있는 방법은 한국군 JSA부대를 통해 간접 측정하는 방식이다. 주민들은 이런 간접 측정 방식에 거부감을 표하고 있다.
대성동 마을의 법률적 특수성은 있다. 한국휴전협정 제1조 10항의 규제를 받는다. “비무장지대 내의 군사분계선 이남의 부분에 있어서의 민사 행정 및 구제사업은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이 책임진다”. 그렇다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기본권까지 제한받는 것은 아니잖나. ‘세제’ 등 특권 부여나 ‘거주이전 자유’ 등 제한은 모두 한국 법령에 근거하고 있다. 소음 피해는 지극히 생존권과 관련된 영역이다. 유엔사도 당연히 협조해야 할 사항이다.
파주시도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때마침 비슷한 문제를 전향적으로 해결했던 전례도 있다. 2020년 추진됐던 이른바 ‘지적(토지위치) 복구 프로젝트’다. 1953년 정전협정 이래 판문점 일대는 미등록 토지로 남아 있었다. 이걸 풀어내 ‘경기도 파주시 진서면 선적리’라는 주소를 새로 부여하게 만들었다. 이번 대성동마을 소음 측정 문제도 같은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 주민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일이다. 위협받을 안보를 우리는 찾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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