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수원시향 신규 기획…배우 등장 몰입↑ 값비싼 클래식 프로그램 문턱 낮춰 이달 1~4세 이어 7월엔 5~7세 맞춤형 예정
웅장하게 울려 퍼지는 클래식 연주 사이, 시끌벅적한 아이들의 소리가 마치 화음처럼 시공간을 메웠다. 공연 중엔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 불문율. 하지만 지난 20일 수원SK아트리움 오케스트라 연습실에선 소리를 내도 크게 울어도, 웃음소리를 내도 이 모든 것이 박수받는 공연이 열렸다.
‘8세 이상’이란 관람 연령에 제한을 받아 공연장을 방문하기 어려웠던 영유아와 부모를 위해 수원시립교향악단이 올해 첫선을 보인 영유아 음악 교육 프로그램 ‘모차르트 이펙트’다. 모차르트 음악은 규칙적인 리듬과 명료한 멜로디를 갖고 있어 영유아의 집중력 향상과 언어 발달, 감성 지능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수원시향은 이러한 특성을 기반으로 영유아의 눈높이에 맞춘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팅팅팅~’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되기 전, 오케스트라 연습실 한편에는 커다란 매트 위에 1~4세까지 어린이들이 악기를 만져보는 소리로 가득 찼다. 탬버린, 캐스터네츠 등 비교적 접하기 쉬운 악기부터 북의 일종인 탐탐, 윈드차임 등 이색 악기도 즐비했다. 아이들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봉 모양의 에그쉐이커를 흔들어 보거나 바이올린의 활을 잡고 마음껏 휘두르기도 했다.
“어린이 여러분 이제 곧 모차르트와 콘스탄체가 등장할 시간이에요.”
엄마, 아빠 혹은 할머니, 할아버지의 무릎 위에 앉은 아이들은 모차르트와 그의 아내 콘스탄체가 등장하자 손을 흔들었다. 트럼펫, 호른, 튜바 등의 악기의 끝에는 귀여운 꽃이 달려 있었고 단원들은 화려한 금빛의 금관악기와 함께 밝은 미소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 13일 열린 1주 차 프로그램에선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등 현악 8중주가 모차르트의 음악을 소개한 데 이어 2주 차인 20일에는 모차르트의 대표 오페라인 ‘마술피리’의 수록곡을 중심으로 목관 5중주와 금관 5중주가 연주됐다.
“내가 지금 만들고 있는 오페라 ‘마술피리’에 대해 이야기해 줄게.” “나는 내 음악을 통해 기쁨, 사랑을 전하고 싶었어.”
왕의 행진과 같은 웅장한 소리를 내는 트럼펫, 자연의 소리를 내는 호른까지. 단원들은 모차르트의 곡 연주에 이어 악기의 소리를 어린 관객들에게 하나씩 들려줬다. ‘마술피리’ 가운데 ‘나는 새잡이’에 대한 연주가 이어지자, 모차르트와 콘스탄체는 새를 잡는 듯 파랑, 분홍의 그물채를 들고 뛰어다니며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포르테’가 나오면 머리 위에서 인형을 크게 흔들고, ‘피아노’를 외치면 내 몸에 바짝 붙여주는 거예요.”
익숙한 ‘반짝반짝 작은 별’ 변주곡이 흘러나오고 모두 미리 받은 꽃 모양의 지휘봉을 꺼내 들었다. 아이들은 어른들과 함께 꽃을 흔들며 시간을 마무리했다.
문화센터 등을 제외하곤 영유아 음악 예술 공연을 찾기 어려웠던 까닭에 참석한 부모들은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가 컸다.
이날 22개월 된 아들 김동훈군을 데리고 참석한 이해인씨는 “육아를 시작하며 문화생활을 즐길 기회가 거의 없었고, 아이와 함께하는 비슷한 프로그램은 비싼 비용에 선뜻 참여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연극까지 곁들인 모차르트의 음악과 악기를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돼 너무 좋았다”며 “아이에게는 좋은 경험이, 부모에겐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서울에서 찾아온 정이든군(14개월)의 아버지 정명훈씨는 “아이가 악기를 직접 만져볼 기회가 흔치 않은데, 기대했던 것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만져보고 즐거워하는 것을 보며 뿌듯했다”며 “이러한 프로그램이 더욱 많아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모차르트 이펙트’는 이달 1~4세를 대상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된 데 이어 오는 7월에는 5~7세를 대상으로 프로그램이 열린다. 수원시향 관계자는 “클래식의 문턱을 낮추는 한편 육아에 지친 부모들에게도 의미 있는 시간을 마련하려 했다”며 “7월에는 보다 넓은 공간에서 많은 참석자들이 함께할 수 있도록 기회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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