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하고 안타까운 사건이다. 초등학교 1학년 여학생이 흉기에 피살됐다. 범행 장소는 학생 본인이 다니던 학교였다. 범인은 그 학교에 근무하는 현직 교사였다. 둘은 사건 전까지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우울증을 앓고 있던 교사의 묻지마 범죄다. 자해를 시도한 교사는 ‘내가 범행했다’고 자백했다. 끔찍한 범행 현장을 학생의 할머니가 발견했다. 아이를 잃은 가족의 슬픔이 어떻겠나. 모든 국민이 충격에 빠졌다.
대강의 정황은 확인됐다. 교사는 우울증 등 정신적인 문제로 휴직했었다. 지난해 12월 교과 전담 교사로 복직했다. 며칠 전에도 비정상적인 폭력성을 나타냈다. 지난 6일 웅크리고 있는 자신에게 동료 교사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그러자 그 교사의 팔을 꺾는 등 난동을 부려 주변에서 말렸다. 학교 측이 시교육청에 대책 마련을 요청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같은 병력을 이유로 또 휴직은 불가능하다는 게 이유였다.
냉철히 보자. 정신질환자 한 명에 의한 예외적 사건인가. 우리 주변에서 발생할 우려는 없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질환 교원은 늘 상존해 있고, 이들을 제어할 방책은 어디에도 없다.
기억나는 2023년 초등학교 교사 사망이 있다. 학생 지도 과정에서 받은 정신적 고통이 이유가 됐다. 같은 어려움을 호소하는 교사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당시 분출된 사회적 분노의 방향은 교권 붕괴였다. 그 이면에서 불거진 현실이 있었다. 일선 교사들의 정신건강이다. 통계가 있다. 2023년 우울증 진료를 받은 초등학교 직원이 9천468명이었다. 1천명당 37.2명으로 2018년 16.4명에서 급증했다.
그해 들어 유독 환자가 늘어났다고 볼 수 없다. 그동안 소홀히했던 ‘교단 스트레스’가 그제야 확인된 것이다. 대부분은 간단히 치료될 수준으로 보인다. 아주 드물게 병증이 심각한 경우가 문제다. 교육 현장에서 배제할 수 있는 절차와 근거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런 역할을 담당할 시스템이 없다. 휴직과 복직 등의 결정이 모두 본인 판단에 맡겨져 있다. 정확한 병증의 고지 의무조차 유명무실하다.
어설픈 제도가 있긴 했다. 2000년대 초반에 등장한 질환교원 심의위원회다. 질환으로 직무 수행이 불가능한 교원을 직권 휴·면직하는 제도다. 하지만 2010년을 전후해 대부분 폐지 또는 통합됐다.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였다. 2020년 이후 일부 광역 교육청에서 부활했다. 여전히 실효성은 없어 보인다. 환자 본인을 강제할 확실한 근거에 이르지 못해서다. 이런 사각지대에서 빚어진 참변이다.
참으로 어이없는 사건 아닌가. 동료 교사의 팔을 비틀어 모두가 뜯어 말렸다. 그런 상태의 환자가 학교를 계속 돌아다녔다. 끝내 8세 어린 학생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아무 제재 없이 학교를 활보했던 나흘간의 범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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