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이 시급한 국가과제인 연금개혁에 대해 여야가 모처럼 한목소리를 내고 있어 천만다행이다. 지난 6일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연금개혁과 관련해 “우선 급한 보험료율 13%부터 확정하고 소득대체율도 가급적 빨리 결정하자”고 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 7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 제안에 대해 “이번에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기 바란다”고 말함으로써 여야가 연금개혁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한 것은 참으로 중대한 진전이다.
지난 2024년 2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전망한 국민연금 기금 소진 시기는 2054년이다. 2039년 적립금이 최고액을 기록한 뒤 점차 줄어 30년 후에는 고갈된다. 기금이 바닥난 후 기존대로 연금을 지급하려면 보험료율을 35%까지 올려야 한다. 이렇게 되면 미래세대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없다는 것은 명확한 현실이기 때문에 연금 기금 소진을 최대한 늦춰 구조개혁의 시간을 벌어야 한다는 것이 연금개혁의 중요 요인이다.
국민연금은 현재도 기금 적자가 매일 885억원 정도 불어나고 있다. 1년이면 무려 32조원이나 된다. 때문에 정치권은 국민연금에 대한 근본적 구조 개혁과 병행해야 한다는 이유로 모수 개혁에 반대했지만 이에는 난관이 많아 국민이 내는 돈인 보험료율과 받는 돈인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모수 개혁’을 먼저 추진하자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모수 개혁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이뤄진 게 마지막일 정도로 국민적 이해관계가 첨예한 상황이기에 개혁이 어렵다. 현 정부에서도 여야가 접점을 마련한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을 44%’ 조정안이 막판 타결 직전 ‘구조개혁’까지 같이 하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반대로 무산돼 지금까지 아무런 해결책 없이 방치됐다.
모수 개혁부터 하지 않으면 앞으로 30년 내에 기금이 완전 고갈된다. 따라서 연금에 대한 국민 불신이 크기 때문에 국민연금제도 자체가 파탄 상황이 올 수 있으므로 연금개혁은 시급한 과제다. 따라서 모처럼 여야가 모수 개혁에 접점을 찾은 현재 상황을 정치권은 헛되이 보내면 연금개혁은 또다시 물 건너 간다.
모수 개혁을 통해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4%’만 돼도 기금 소진 시점이 9년 늦춰진다. 여야는 일단 모수 개혁부터 하고 이후 구조 개혁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연금개혁에서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여야는 정쟁만 하지 말고 모수 개혁이라도 여야 합의, 처리하는 정치력을 보여 주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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