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무 한국예술종합학교 아트앤테크놀로지 랩 소장
지난주 생성형 인공지능 챗GPT 접속 중단 사태는 현대사회에서 인공지능(AI)이 얼마나 깊숙이 뿌리내렸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챗GPT가 다운됐다고? 그럼 이제 나보고 ‘생각’을 하란 말이야”라는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유저의 농담은 AI가 현대인의 사고와 업무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생성형 AI가 본격적으로 세상에 등장한 지 2년 남짓. 이제 AI 없는 세상은 점점 과거의 일이 돼 가고 있다. 젊은 세대들이 내비게이션 및 구글 맵 없이 해외여행을 하거나 낯선 길을 운전하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운 것처럼 AI 없이 살아가는 세상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시대가 우리 눈앞에 성큼 다가오고 있다.
AI는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만 있으면 누구나 공평하게 접근 가능한 기술로 보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 간의 정보 격차는 점차 심화되고 있으며 AI 활용 능력은 이제 경제적 여건과 밀접하게 연결되고 있다. 챗GPT의 경우 누적 사용자 수가 약 1억8천만명에 달하지만 월 20달러의 유료 버전 사용자는 3~5%, 월 200달러의 프로 버전 사용자는 1% 미만에 그친다. ▲추론 능력 ▲데이터의 질 ▲응답 속도 ▲사용자 인터페이스 등에서 고가의 서비스가 월등히 뛰어난 성능을 제공함은 자명한 사실이다. 보도대로 월 2천달러의 초고가 서비스가 출시된다면 이러한 AI 성능 격차는 개인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러한 AI 빈부 격차는 국가와 기업 차원에서 더욱 심각하게 나타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한국 정부의 연간 예산에 달하는 720조원을 AI 인프라 구축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기업 메타는 맨해튼 면적에 버금가는 초대형 데이터센터 구축 등에 약 93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에 비해 한국 정부는 민간 영역과 함께 2027년까지 65조원 투자를 목표로 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불균형 속에서 지난주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는 AI 패권 구도의 전환 가능성을 보여주는 혁신적 사례를 제시했다. 젊은 천재들이 모여 있는 이 회사는 물량보다는 새로운 발상의 전환을 통해 기존 AI 개발 모델의 5% 정도에 불과한 비용으로 챗GPT에 필적하는 성능의 AI를 개발했으며 이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개인용 PC와 전기료만 있다면 누구나 최고 수준의 AI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AI 산업을 주도하던 엔비디아의 주가는 하루 만에 17% 폭락하며 시가총액 900조원이 증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물론 딥시크의 기술력, 안정성과 신뢰성에 대한 의문, 프라이버시에 대한 우려 등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남아 있다. 하지만 딥시크는 창의적 아이디어와 혁신이 막대한 자본과 물량 공세를 넘어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했다. 이는 투자와 인프라에서 뒤처지고 있는 한국이 창의적이고 효율적인 전략으로 여전히 국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음을 시사한다. ‘더 많이’와 ‘더 크게’가 어려울 때는 혁신으로 무장한 ‘더 스마트’한 접근이 해결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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