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를 막으려던 ‘안티에이징’ 시대에서 천천히 늙는 ‘슬로에이징’ 시대로 트렌드가 바뀌었다.
저속노화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유통업계도 발 빠르게 대비하고 있다.
30일 경제협력개발기구 보건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83.6세로 나타났다. 처음으로 기대수명이 80세를 넘어갔던 2010년에 비해서도 3년 이상 길어진 상태다.
이에 따라 ‘먹고 놀고 자는’ 생활상에서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의 ‘2024년 건강기능식품 시장 현황 및 소비자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약 6조440억원으로, 전년 엔데믹 선언(2023년 5월) 이후 쭉 6조원대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홈플러스 온라인의 경우 지난해 건강 관련 식품 매출이 2022년 대비 32% 늘었다. 구체적으로 비타민이 2배 이상, 단백질 보충제가 1.5배 이상 매출이 증가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건강한 아름다움을 유지하면서 천천히 나이 들어가는 ‘슬로에이징’ 트렌드가 주된 이유로 보인다”며 “관련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제로’, ‘저당’ 등 인기에 힘입어 건강과 즐거움을 동시에 추구하는 ‘헬시플레저(Heatlhy Pleasrue)’ 열풍까지 가세하면서 유통계는 관련 상품 판매에도 주력하고 있다.
이마트는 혈당과 체중 관리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사과식초와 유기농 레몬즙 선물세트를 설 선물 상품으로 출시했고, 롯데홈쇼핑은 유기농 레몬생강즙 등 저칼로리 식단과 저당 간편식을 판매한다.
단지 먹는 데서 끝나지 않고, 잘 때도 건강하기 위해 ‘슬리포노믹스’(수면(Sleep)과 경제학(Economics)의 합성어)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이 또한 저속노화 열풍 때문이다.
GS샵은 지난해 3월 업계 최초로 홈쇼핑 방송에서 ‘식물성 멜라토닌’을 원료로 만든 식품을 내세웠다. 토마토에서 추출한 식물성 멜라토닌에 비타민과 마그네슘, 허브 추출물 등을 배합해 만든 식품이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을 보충해준다는 설명이다. 해당 식품은 지난해 기준 4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이 맥락에서 침구 매출이 크게 늘기도 했다. 지난해 GS샵의 연간 침구 매출은 2023년 대비 50% 증가했다.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열흘 간 모바일 앱 침구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했다.
구혜경 충남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화장품 등 뷰티 제품이 주력이었던 안티에이징과 달리 슬로에이징은 삶의 전반적인 영역에서의 건강을 중시하는 개념”이라며 “노화를 막을 수 없다면 건강하게 늙어가자는 쪽으로 인식이 변해 소비 트렌드도 함께 변화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 교수는 “기대 수명이 길어지면서 ‘건강 관리는 젊을 때 할수록 좋다'는 생각이 전반적인 정서로 자리잡아 MZ세대 또한 주요 고객층으로 부상 중”이라며 “‘웰 에이징’ 혹은 ‘슬로우에이징’이 트렌드로 자리 잡은 만큼 예상치 못했던 분야와 (저속노화) 트렌드가 결합되는 일이 많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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