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미래] F 학점도 아까운 F4 회의

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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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참여하는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인 이른바 ‘F4 회의’가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치 문제까지 깊이 관여하고 있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 2일 신년사에서 “최상목 권한대행이 대외신인도 하락과 국정 공백 상황을 막기 위해 정치보다는 경제를 고려해 어렵지만 불가피한 결정을 했다”고 주장했다.

 

F4 회의가 경제와 정치를 정상화하는데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기여하고 있을까. 시장의 평가는 ‘국장 탈출은 지능 순’이라는 유행어에 담겨 있다.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령이 발동되기 훨씬 전부터 해외투자자들은 물론이고 국내투자자들이 F4 회의를 불신임했던 것이다.

 

재정적자는 2년 연속 증가했다. 2023년 87조원, 지난해에도 30조원의 적자가 발생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 정부는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 주택도시기금, 공공자금관리기금 등을 동원했다.

 

원화와 외화를 합친 외평기금 잔액은 2023년 말 기준 274조원이었다. 국세 수입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이 기금에서 2023년에 19조원, 지난해에도 4조원와 6조원이 각각 사용됐다. 환율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외국환평형기금의 축소는 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시장의 냉혹한 평가는 ‘셀 코리아(Sell Korea)’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 7~11월 미중 반도체 전쟁의 여파에 시달리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 기업 주식이 많이 매도됐다. 12월 이후에는 비상계엄령과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을 가속화시켰다. 외국인 보유 시가총액이 지난해 7월10일에서 올 1월7일 사이 약 190조원 줄었다. 그 결과 전체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외국인 지분도 같은 기간 3.08% 하락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내국인 투자자 속칭 ‘서학개미’의 해외 증권투자 증가다. 한국은행의 ‘2024년 3분기 국제투자대조표 잠정치’에 따르면 통계를 집계한 후 처음으로 우리나라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액(9천969억달러)이 외국인의 국내증권투자액(9천575억달러)을 제쳤다.

 

외국인과 내국인의 자본 유출은 원화 평가절하로 이어졌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12월2일 이후 1천400원대를 지속하고 있다. 1990년 환율변동제를 도입한 이후 환율이 1천400원대를 3주 이상 지속했던 사례는 1997년 외환위기(1997년 12월9일~1998년 3월20일)와 2008년 금융위기(2008년 11월17일~12월9일)밖에 없었다. 이런 점에서 현재 상황은 금융위기 직전과 매우 유사하다.

 

이창용 총재의 주장과 반대로 현재 상황에서 F4 회의는 경제보다 정치를 더 고려해야 한다. 투자자들이 현재 가장 우려하는 문제는 경제정책이 아니라 정치적 불확실성이다. 정치적 혼란이 지속되는 한 어떤 경제정책도 효과를 거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신속한 사법 처리만이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재판 과정이 길어질수록 탄핵의 경제적 충격은 커질 것이다. 지금은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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