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과학적인 치료약 ‘한약’① [알기쉬운 한의약]

천연물 추출·생물학적으로 생산된 5천~1만개 후보 물질로 신약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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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영 어깨동무한의원장

한약에 대해 부정적인 관점을 가진 분들의 논리 중 ‘한약은 비과학적’이라는 의견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한약은 정말 비과학적일까.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엇보다 가장 과학적인 치료가 한약이다.

 

실제 신약 개발의 과정을 살펴보면 우선 5천~1만개의 후보물질을 검토해 목표에 맞는 개발 대상 물질을 선정한다. 이러한 후보 물질은 기존 화합물 사전에서 찾기도 하고 한약재를 포함한 천연물의 추출 및 생물학적 생산 등에서 발견된 물질들이 포함된다.

 

이후 선정된 후보 물질을 가지고 전임상(비임상)시험에서 동물실험을 통해 부작용이나 독성이 없는지 안정성 시험을 한다. 안정성이 확인된 물질들은 임상시험허가신청을 통해 사람에게 임상테스트를 진행하게 되는데 임상 1상, 임상 2상, 임상 3상의 단계로 구성된다. 처음에는 보통 100~300명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진행되며 효능이 어느 정도 있는 것 같으면 1천~5천명 규모로 확대해 임상시험을 진행한다.

 

임상시험이 성공하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해 신약의 시판 허가를 신청한다. 이런 과정이 평균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며 성공률은 약 9.6%라고 한다. 시판 이후에도 실제로 대규모로 사용했을 때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야 하므로 오랜 기간 수많은 사람이 복용해 보고 나서야 유해반응과 정확한 효능이 확인 가능하다. 실제로 장기 복약한 결과 예상과는 다른 효과가 난다거나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도 매우 많다.

 

결론적으로 현대의학에서 과학적이라고 하는 약물 개발의 핵심 과정은 수많은 물질 중에 가능성 있는 약물을 골라 많은 사람에게 실제로 먹여본 뒤에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더 많은 사람이 더 장기간 복약해온 약일수록 효과 좋은 안정적인 약으로 여겨진다.

 

한의학에서 동의보감, 방약합편 등 고대 의서에 나와 있는 처방들은 이런 과정을 몇 천년 동안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실제 복용해 보고 효과를 확인해 이미 임상시험을 마친 처방이다. 그렇다면 어떤 약이 더 과학적이고 효과가 있으며 안전한 약일까.

 

역설적으로 한약은 현대과학의 관점으로 봤을 때 가장 과학적이며 믿고 복용할 수 있는 약이라고 볼 수 있다. 한의학의 역사는 2천200년 전 현존하는 최초의 의서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책은 고대 중국의 통치자로 전해지는 신농이 자연계의 식물, 동물, 광물을 직접 맛을 보고 하루에 70가지 독을 만나면서 그 성질, 기미, 효능을 밝혀낸 것을 기록했다고 전해진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 최초의 의학서인 ‘황제내경(黃帝內經)’이 나왔다. 이후 장중경이 ‘상한론(傷寒論)’과 ‘금궤요략(金匱要略)’을 저술해 실용적인 임상치료서를 출판했다.

 

이러한 고전 의서들을 바탕으로 고조선 시대부터 발전해온 한의학은 세종대왕이 궁중이나 민간에서 널리 쓰여 검증이 된 경험 처방을 모아 1만여개를 수록한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 85권과 중국과 인도의 불교의서까지 통합해 ‘의방유취(醫方類聚)’ 266권을 편찬하면서 학문적인 체계를 만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1596년 선조의 명에 따라 양예수, 허준 등이 ‘동의보감’을 편찬해 우리 한민족의 민족의학 한의학이 학문적으로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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