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물 범벅 철창에 갇혀 시름시름... 감옥소 된 ‘유기동물보호소’

매년 100여마리 치료 못 받고, 방치돼 폐사… 대책 마련 시급
인천수의사회 “인력·비용 한계”

지난 2024년 12월13일 입소한 시베리안허스키가 입소 이후 급격히 상태가 악화, 지난 5일 인천수의사회 보호소에서 사망했다. (사진은 (왼쪽부터)입소 전 모습, 사망한 모습.) 독자 제공
지난 2024년 12월13일 입소한 시베리안허스키가 입소 이후 급격히 상태가 악화, 지난 5일 인천수의사회 보호소에서 사망했다. (사진은 (왼쪽부터)입소 전 모습, 사망한 모습.) 독자 제공

 

인천수의사회가 운영하는 유기동물보호소에서 해마다 100여마리의 동물들이 방치,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죽어가고 있다. 지역 안팎에선 유기동물보호소가 아닌 ‘감옥소’라는 비판이 나온다.

 

9일 인천시와 인천수의사회 등에 따르면 수의사회가 지난 2012년부터 위탁 운영하는 계양구 다남동의 유기동물보호소는 미추홀구와 연수구, 남동구, 옹진군에서 생포한 유기동물을 보호한다. 420여㎡규모의 센터에서는 현재 약 30~40여마리의 유기견과 유기묘들을 보호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유기동물들은 낡고 더러운 철창에 갇혀 적절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방치, 죽어가고 있다. 앞서 지난 2024년 12월13일 입소한 시베리안허스키가 입소 이후 급격히 상태가 악화, 폐수종 증상까지 보였다. 당시 봉사자들은 수의사회에 치료 등을 요청했으나 아무런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지난 5일 새벽 차디찬 보호소 바닥에서 죽은 채 발견됐다.

 

인천 계양구 다남동에 있는 인천수의사회 보호소의 ‘고양이 사육장’은 청소도 하지 않고, 녹이 잔뜩 슨 커다란 철창 안에 고양이 7~8마리가 가둬져 있다. 박귀빈기자
인천 계양구 다남동에 있는 인천수의사회 보호소의 ‘고양이 사육장’은 청소도 하지 않고, 녹이 잔뜩 슨 커다란 철창 안에 고양이 7~8마리가 가둬져 있다. 박귀빈기자

 

보호소에서 매주 봉사를 하는 A씨는 “처음 들어왔을 때 누구보다 건강했던 산맥이가 보호소 들어오면서부터 계속 시름시름 앓았다”며 “인천시와 인천수의사회 등에 치료를 부탁했지만 “알았다”는 대답만 하고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똥 밭에서 자고 매서운 추위에도 야외에 방치된 아이들이 사료 한 톨 삼키지도 못하고 죽어가고 있지만 치료 한 번 제대로 받지를 못한다”며 “개지옥보다 못한 보호소에서 죽어가는 아이들이 너무 불쌍하고 안타까울 뿐”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 밖에도 머리가 터져 피고름을 흘리는 고양이부터 피부병이 와 온 몸이 울긋불긋한 강아지 등 이곳에서 보호 중인 수십마리의 동물들이 위생적이지 못한 환경에 방치된 채 시름시름 앓고 있다.

 

전국 유기동물 보호소에 구조된 유기동물들의 입양을 도와주는 ‘포인핸드’를 통해 지난해 1년 간 인천수의사회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자연사한 동물들을 조사한 결과 약 110여마리가 자연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안팎에선 인천수의사회 유기동물보호소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더 이상 동물들이 보호소에서 방치되어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하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봉사자 B씨는 “이제 다시는 산맥이처럼 억울하고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일이 벌어져선 안된다”며 “인천수의사회 유기동물보호소는 사실상 유기동물 ‘감옥소’로 전락해 악명이 높다. 인천시가 직영 보호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인천수의사회 관계자는 “보호소마다 장소와 인력은 한계가 있다 보니, 유기동물의 보호 환경이 열악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이어 “시 보조금에 외부지원을 받거나 일부 자체적으로 비용을 충당하고 있지만 운영에 한계가 있다”며 “보호소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결국 ‘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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