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말투가 다른 이들과 함께 어깨를 마주치며 살 수 있을까.
수도권에 그런 곳이 있다. 경기 여주시 점동면 삼합리(三合里)가 그렇다. 이 마을 이름의 한자를 우리말로 풀이하면 세 개가 합쳐진다는 뜻이다. 지리적으로는 마을 세 곳이 모이는 곳이기도 하다. 이름이 예사롭지 않다. 전국적으로 그런 곳이 흔하지 않아서다.
이 마을 앞으로 강이 흐른다. 주민들은 이 강을 ‘여강(驪江)’이라고 부른다. 여주의 가람이란 의미에서다. 남한강의 지류다. 이 강은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 첫 부분에도 나온다.
이 강을 끼고 경기도와 강원도, 충북 등이 만난다. 아주 오래전부터다. 강 건너편은 강원 원주시 부론면 법천리다. 그 남쪽은 충북 충주시 앙성면 단암리다.
지리적으로 좀 더 들어가 보자. 이곳에선 남한강과 그 지류인 섬강, 청미천 등이 합쳐진다. 오갑산 능선의 꼬리 부분에 위치한다. 자연 마을로는 단진개, 중간말, 대오 등이 있다. 단진개는 장마가 지나면 강의 하상이 드러나 붉은색을 띠므로 단진개(丹津)라고도 부른다. 청미천 맨 끝 하구에 위치하므로 단진(斷津)개라고 불렀다. 중간말은 단진개와 오리골 중간에 위치한 마을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대오는 깊은 오지라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으로 추정된다.
여강을 놓고 보면 여주에선 남녘이고, 충주에선 북녘이며, 원주에선 서녘이다. 애주가들은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 자정 무렵이면 다리 하나 건너 술자리를 이어 갔다고 한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충북에만 통행금지가 없어서다.
이들 세곳의 주민들은 지금도 봄과 가을이면 돌아가며 운동회를 열어 화합을 다지고 있다. 이들은 강원도 주민도 아니고, 충청도 주민도 아니고, 그렇다고 경기도 주민도 아니다. 남한강 주변 이웃일 뿐이다.
지난해 말부터 불거졌던 사회·정치적 상황들이 올해도 현재진행형이다. 삼합리 주민들의 더불어 사는 지혜를 배우자. 그게 상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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