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지사가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와 만나 현안을 논의했다. 24일 오후 회동한 두 사람은 최근 한국 정국에 대해 얘기했다. 김 지사는 골드버그 대사에게 한국에 대한 흔들림 없는 신뢰와 지지에 감사를 표했다. 첨단산업 교류 등 경제 협력에 긴밀히 소통해 나갈 것도 약속했다. 또 한반도 평화 안정을 위한 한미 동맹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뜻을 함께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하루 전인 23일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났다.
김 지사는 24일 영국 대사관도 방문해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대사를 만났다. 김 지사가 작금의 정치 혼란을 한국이 민주적 방식으로 해결 중임을 설명했다. 크룩스 대사도 한국의 헌법적 절차가 진행되고 있음을 평가했다. 한영 양국 간 글로벌 파트너로서 긴밀히 협조해 나갈 것을 기대한다고도 했다. 두 사람은 특히 기후 변화 대응과 첨단산업에서 지속적인 협력을 유지하자고 합의했다. 계엄 이후 크룩스 대사가 이 대표와 만난 적은 없다.
국민의힘에서는 권성동 원내대표가 23일 골드버그 대사와 만났다. 김 지사는 여야 정당을 대표할 직위를 가지고 있지 않다. 대외적으로 국가를 대표할 위치에 있지도 않다. 그럼에도 핵심 우방이라 할 미국 및 영국대사와 잇따라 회동했다. 중앙정치와 다르고, 광역자치단체장과도 다른 행보다. 국내 정치의 현실에서 차별화하려는 김 지사의 의지가 반영된 듯 보인다. 경제 전문가로서 국익까지 챙기는 국가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 주려는 것 같다.
김 지사의 이런 차별화는 이미 계엄 상황에서도 목격됐다. 계엄 선포 하루 뒤인 4일 2천400명의 외국인에게 서한을 보냈다. 외국 지도자, 각국 대사, 투자 기업 등 김 지사와 ‘친분’ 있는 인사들이다. 환율·주식 시장이 충격에 빠져 있던 상황이었다. 당시 서한에서 김 지사는 ‘안심해도 좋다’고 설명했다. 계엄 선포 직후 가장 큰 우려는 국제 신인도 추락이었다. 모두가 계엄 파국에 빠져 있을 때 그가 보였던 것이 바로 외교 경제인맥 동원이었다.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다고 한다. 서한을 받은 외국 인사들의 답장이 소개됐다. 브루노 얀스 벨기에대사는 “지사님의 신속하고 투명한 상황 대응에 깊이 감사하고 있다”고 했다. 페터르 반 데르 플리트 주한 네덜란드대사도 “연락을 주셔서 감사하다”는 답장을 보냈다.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은 “사려 깊은 서한과 굳은 헌신에 깊이 감사드린다”는 뜻을 인편에 전했다. 김 지사가 서한으로 보여준 무관(無官) 외교의 한 단면이다.
트럼프 리스크가 기업을 옥죄고 있다. 경제단체 회원들이 미국까지 날아갔다. 환율·주식 시장의 불안이 계속 이어진다. 자본의 탈(脫)한국 현상은 그래도 계속된다. 국민 걱정도 서서히 내수 부진과 수출 위기로 옮아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치는 여전히 내전 중이다. 외교장관까지 국회에 앉혀 놓고 말싸움 중이다. 이제 누구라도 나서 외교를 말하고 챙겨야 하지 않겠나. 김 지사의 외교 행보가 특별하게 보이는 것도 이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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