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온도차

김규태 지역사회부장

분위기가 바뀌는 데 걸린 시간은 딱 1년이다. 아이가 태어나고 난 뒤 매년 크리스마스 당일 새벽 정성스레 포장한 선물을 자동차 트렁크에서 꺼내 집 안에 설치된 크리스마스트리 밑에 뒀는데 올해는 하지 않았다. 중학교 1학년인 딸아이가 “산타할아버지가 중학생까지 챙길 시간이 없어 못 오실 것 같아 선물을 포기했다”는 얘기를 얼마 전에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에게 “그럼 올해부터는 아빠가 산타할아버지 대신 필요한 선물을 나눠주는 ‘아빠 산타’가 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크리스마스이브, 딸아이와 집 근처 애플스토어에 가서 그렇게도 원하던 아이패드를 사줬다. 집에 돌아와 늦은 새벽까지 아이패드를 연구하는(?) 아이의 모습이 사뭇 낯설었다. 1년 전만 해도 산타할아버지에게 선물을 받겠다며 일찍 잠들던 초등학생이었는데 ‘언제 이렇게 컸지’ 하는 생각이 든다.

 

크리스마스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바뀐 것은 비단 필자의 집에서만은 아닐 것 같다. 탄핵 정국으로 인한 어수선한 분위기가 대한민국 전체를 덮고 있는 요즘이다. 1년 전, 코로나19가 사실상 종식되고 맞았던 크리스마스는 거리마다 울리는 캐럴과 오랜만에 세상에 나와 행복해 보이는 이들의 아름다운 미소로 가득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올해 맞이하는 크리스마스의 온도차는 작년과 크게 다르다. 나라가 이분법적으로 나뉘는데 쓰이는 캐럴이 낯설고, 가족과 행복한 장소에서 함께 세상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보다는 집회 현장에, 그리고 경기가 어려워 그저 방콕하는 가족이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너나 탓할 것도 없다. 미래의 주역인 우리 아이들의 가슴에 행복감을 심어 주기 위해 우리는 오늘의 차가운 이 온도를, 내년에는 온도계 최상단까지 끌어올려야 할 의무가 있다. 그것이 어른들이 해야 할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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