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김주혜·텍스트힙… 2024 출판업계를 톺아보다

K문학 빛났던 한 해… 읽기·필사 열풍
‘인생’ ‘코인’ ‘AI·인공지능’ ‘대화법’…올해 신간 트렌드

지난 12일(현지시간)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이 스웨덴 스톡홀름 왕립연극극장에서 열린 '노벨 낭독의 밤' 행사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2일(현지시간)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이 스웨덴 스톡홀름 왕립연극극장에서 열린 '노벨 낭독의 밤' 행사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출판업계에서 2024년은 새로운 역사가 기록된 한 해다. 김주혜와 이미리내 작가 등이 해외 문학상을 수상하며 시동을 걸더니 10월, 소설가 한강은 ‘2024 노벨문학상’을 아시아 여성 작가 최초로 수상하며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출판계의 역사를 새로 썼다. 숏폼 등의 인기로 글 읽는 시대가 저무는 가운데서도 ‘텍스트 힙’ 열풍이 불었고 필사 등 책과 글로 자신을 찾으려는 풍경도 나타났다.

 

■ K문학 빛났던 한 해…읽기·필사 열풍에도 ‘독서 인구 증가’ 전망은 미지수

 

올해는 한국문학이 세계에서 다양하게 이름을 알린 한 해였다. 전반기엔 한국계 미국인인 김주혜 소설가의 ‘작은 땅의 야수들’이 러시아의 대표 문학상인 톨스토이문학상 외국문학상을 받았고 이미리내 작가의 장편소설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은 미국 윌리엄 사로얀 국제문학상을 한국인 처음으로 수상했다. 3월 김혜순 시인의 시집 ‘날개 환상통’은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NBCC 어워즈) 시 부문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황보름 작가의 장편소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일본에서 인기를 끌며 2024년 일본 서점대상 번역소설 부문에서 1위를 하고 황석영 작가의 ‘철도원 삼대’는 상반기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종 후보작에 오르며 한국 문학의 저력을 보여줬다.

 

역사는 10월에 일어났다. 소설가 한강은 ‘2024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전 세계인의 마음과 마음을 ‘금실’로 연결했다. 출판업계엔 곧 한강 열풍이 휩쓸었다. 수상 후 약 두달간의 판매량으로 한 작가의 ‘소년이 온다’는 연간 1위를 차지했고 뒤이어 ‘채식주의자’와 ‘작별하지 않는다’가 2위와 3위에 올랐다.

 

책 읽는 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젊은 세대에선 ‘읽는 것은 멋지다’는 텍스트힙이 유행했다. 자신들의 소셜미디어에 책 읽는 모습과 책 속 문장 등을 찍어 올리는 것으로 과시용 독서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출판업계는 반색했다. 필사책도 인기를 끌며 철학자의 명언이나 국내외 문학 글귀를 따라 쓸 수 있게 엮은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 노트’ 등이 서점가 판매도서 상위권을 차지했다.

 

하지만 한강 소설을 제외하곤 여전히 출판시장은 얼어붙어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열풍이 부는 것은 매우 반갑지만, 아직까지는 한강에 편중된 상황으로 문학·독서 열풍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두고 봐야 한다”며 “일부 출판사를 제외하고는 사실 내년도 전망이 밝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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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직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시민들이 작가의 책을 줄서서 구매하고 있다. 연합뉴스

 

■ 올해 신간 트렌드 ‘인생’ ‘코인’ ‘AI·인공지능’ ‘대화법’

 

한편 올 한 해 신간 트렌드는 ‘인생’ ‘코인’ ‘AI·인공지능’ ‘대화법’로 나타났다. 문화콘텐츠 플랫폼 예스24가 연말을 맞아 4개 주요 분야(에세이·경제경영·IT모바일·자기계발)에서 출간된 올 한 해 신간들의 제목 트렌드와 출판 동향을 살펴본 결과다.

 

29일 예스24에 따르면 올 한 해 에세이 분야는 ‘인생’을 제목 키워드로 삼아 삶을 회고하는 에세이가 다수 출간됐다. 제목에 ‘인생’이 들어간 에세이는 올해 126종 출간됐으며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4% 증가했다.

 

경제경영 분야에는 ‘코인’이 들어간 도서의 출간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8.3%나 늘었다. ‘코인’ 키워드가 포함된 경제경영서는 10종에 그쳤던 지난해에 비해 올해는 42종 출간됐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제47대 대통령에 당선하면서 코인 관련 내용이 올해 다시 크게 주목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책 제목에 ‘AI·인공지능’이 포함된 IT모바일 분야 도서는 같은 기간 3배 가까이 급증한 389종이 발간됐다. AI 관련 IT모바일 도서의 판매는 전년과 비교해 62.4% 늘었다.

 

자기계발 분야에서는 ‘대화법’의 중요성이 주목받은 한 해였다. ‘대화·말’ 키워드가 제목에 포함된 자기계발서의 출간 종수는 2022년 67종, 2023년 75종에 이어 올해는 93종으로 꾸준히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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