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예측 실패로 코로나 백신 1천400억원어치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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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나라는 코로나19 백신에 아우성이었다. 국가의 능력 평가도 코로나19 백신이었다. 얼마나 백신을 확보하느냐가 모든 걸 평가했다. 그 중심에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있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을 겸하던 그가 반복한 설명도 같았다. 2021년 3월29일 그가 이렇게 말하고 있다. “가능한 한 백신 공급 일정을 앞당기고 많은 물량을 확보하는 범정부적인 노력을 하겠다. 수요와 수급에 대한 관리, 백신 확보 노력을 최대한 진행할 것이다.”

 

2025년 12월24일, 경기일보가 이런 통계를 보도했다. ‘코로나 백신 연 60만회분 폐기...혈세 줄줄 샌다.’ 불과 3년 만에 ‘백신 확보’가 ‘백신 폐기’로 바뀌었다. 2023, 2024년 2년간 경기도에서 폐기된 코로나19 백신이 123만여회분이다. 2023년 69만8천828회분, 2024년(10월10일 기준) 53만1천882회분이다. 이걸 돈으로 따지면 1천400억원이다. 전체 폐기량의 96%는 유효기간 경과였다. 맞을 사람이 없어 그냥 버려진 것이다.

 

3년 전 상황을 잠시 돌아보자. 백신을 확보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치열하게 경쟁했다. 백신의 양은 확보 가능한 대로 우선 사들였다. 그 과정에 선금 지급 등의 경쟁까지 벌어졌다. 그러다가 2023년 6월에 엔데믹이 선언됐다. 방역 당국이 감염자 추세, 전파 속도 등을 판단해 내린 결정이었다. 상당 기간 감염자가 줄고 있음을 추적했을 것이다. 백신 접종자도 그만큼 줄었을 것이다. 바로 그 방역 당국이 백신 수급과는 미스매치를 빚은 것이다.

 

수요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기나 했는지 모르겠다. 본보 기자가 확인한 의료 현장의 목소리는 분명하다. 한 병원 관계자는 “코로나 백신 접종은 급격히 줄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보건소에서도 2023년 이후 백신 수요량 급감을 한목소리로 전하고 있다. 그럼에도 질병 당국은 여전히 조(兆) 단위 백신을 구입했고, 그걸 지자체에 배분했고, 엄청난 폐기량을 만들어 낸 것이다. 필요할 땐 구하지 못하고, 남아돌 땐 쌓아 둔 꼴이 됐다.

 

그 업무가 지자체로 넘어왔다. 지자체가 모든 걸 알아서 결정한다. 예산은 지자체와 질병관리청이 각 50%씩 부담한다. 경기도도 내년도 관련 예산을 세웠다. 654억여원을 세웠고, 100만명분을 구입한다고 한다. ‘너무 많이 잡은 것 아니냐’는 걱정이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기간별 구매 등의 대책을 설명했다. 혈세 낭비의 폐단이 재연되지 않기를 바란다. 어차피 해마다 거칠 질병 정책 아닌가. 데이터 관리 체계 등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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