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고래를 좇는 사람들, 쫓는 사람들

이호준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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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고래 프로젝트 주의보’가 내려졌다.

 

여기서 말하는 고래 프로젝트는 최근 포항 인근 바다에서 시추 작업이 시작된 ‘대왕고래프로젝트’가 아니다. NH투자증권을 사칭해 벌이는 사기 행위, ‘고래협력프로젝트’와 그 일당을 일컫는다.

 

고래협력프로젝트 일당은 전 NH투자증권 대표 A씨 등 금융계 유명인을 사칭해 피해자들을 주식리딩방으로 유인한 뒤 자신들이 NH투자증권과 비밀리에 개발한 투자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투자를 유도한다.

 

피해자들은 이들이 개발했다는 사이트에 수천만원을 투자하고 해당 사이트에서는 높은 수익이 나는 것으로 표시되지만 사이트 자체가 모두 가짜다. 가짜 사이트에 투자를 했으니 당연히 실제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 돈을 인출할 수도 없다. 피해자들이 사기임을 알아챘을 때는 이미 일당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고래협력프로젝트 일당의 사기 행위에 피해를 입은 사람만 수십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피해 규모가 최소 수백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그중에는 30년가량 세무공무원으로 재직한 이도 있다. 그는 어머니가 남긴 유산도 고래협력프로젝트 일당에게 사기당했다.

 

이들의 수법은 기존의 주식리딩방 투자와는 다르다. 고수익을 노리고 추천받은 주식에 투자했지만 손해를 입게 되는 주식리딩방 피해와는 달리 고래협력프로젝트 일당은 투자 자체를 하지 않는다. 명백한 사기다.

 

최근 경찰이 고래협력프로젝트에 대해 수사에 나섰다. 고래협력프로젝트 일당을 쫓는 경찰의 걸음이 큰돈이라는 거대한 욕망을 좇는 이들의 걸음 속도보다 늦으면 피해자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수 있다. 경찰의 강력하고도 신속한 조치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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