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면 전체 인구 중 만65세 이상의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다. ‘웰빙’과 더불어 ‘웰다잉’이 화두가 되면서 말기의 돌봄과 평온한 마지막을 다룬 책들이 서점가에 속속 자리하고 있다. 특히 이들 책은 ‘잘 살기 위해’ 오히려 죽음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법의학자 등이 조심스럽게 풀어낸 삶의 끝자락에 관한 책들을 모아봤다.
■ 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 (웅진지식하우스 刊)
법의학자 이호 교수가 오는 23일 그의 첫 번째 책을 출간한다. 30여년간 약 4천구의 변사 시신을 부검해 온 이 교수는 그동안 마주했던 여러 죽음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삶의 의미를 들려준다.
책의 1부 ‘죽은 자가 산 자를 가르친다’에서는 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어린아이, 남편과 부부싸움 끝에 살해당한 부인, 의료 과실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여고생 등 억울한 죽음을 맞이하고도 항변할 수 없는 고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다.
2부 ‘삶은 죽음으로부터 얼마나 멀리 있는가’에는 죽음을 인생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우리의 삶은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다는 메시지를 그리스 신화, 철학을 통해 깊이있게 풀어냈다. 특히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세월호 침몰 사고’ 등 대형참사를 다루며, 최대한 고인의 몸을 온전하게 유가족에게 전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법의학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3부 ‘나의 죽음, 너의 죽음, 그리고 우리의 죽음’에선 불운을 겪은 사람들에게 공감할 줄 아는 마음가짐, 같은 세상을 사는 공동체로서 연대 의식을 가질 것을 당부한다.
저자는 죽음에 대해 배우는 것은 무심코 흘려 보내는 일상이 소중한 이유를 알게 하고, 곁에 있는 사람들을 사랑해야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게 한다고 강조한다.
■ 나는 평온하게 죽고 싶습니다 (프시케의숲 刊)
죽음도 고통스럽지만, 죽음의 과정은 더 고통스러울 것이다. 큰 병원에서의 집중적인 치료로 인해 일상이 희생되기도 하고, 요양병원과 요양원을 오가는 지난한 삶 속에서 암울함이 커지기도 한다.
이 책의 두 저자인 호스피스 의사 김호성과 의료인류학자 송병기는 편리함과 효율주의에서 벗어나 죽음의 과정을 온전하게 여길 수 있는 섬세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저자들이 주목한 것은 ‘호스피스’다. 책은 호스피스를 중심으로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이뤄지는 말기 돌봄과 죽음의 현실을 치열하게 성찰했다.
호스피스가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지를 비롯해 제도와 시스템적인 특성을 분석했다. 특히 책은 ‘공간, 음식, 말기 진단, 증상, 돌봄, 애도’ 등 여섯 개의 키워드로 환자들과 2년여에 걸쳐 이뤄진 대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책은 환자를 ‘죽게 하지도, 죽게 내버려두지도 않겠다는 응답’으로서 호스피스의 역할을 제시하고, 치료 중심의 패러다임을 넘어선 죽음의 대안을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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