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주일여, 모든 이슈가 정치블랙홀로 향했다. 나라 경제와 시민 생업이 걱정이다. 퇴근 길목의 식당가 풍경이 적막하다. 연말 대목인데도 말이다. 가뜩이나 내리막이던 내수 경기 전반이 얼어붙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준비하던 겨울 축제들도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에도 여파가 닥치고 있다고 한다. 바이오, 반도체 등의 외국 투자 기업들이 몰린 송도국제도시에서다.
송도·청라·영종국제도시 등 인천경제자유구역에는 모두 223곳의 외투기업이 가동 중이다. 여기에도 최근 불확실성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송도의 한 바이오의약 외투기업은 생산라인 확장을 준비해 왔다. 그러나 최근 잠정 재검토에 들어갔다. 미국 본사가 당분간 지켜보자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송도의 한 반도체 패키징 외투기업은 수출 계약에 차질을 빚고 있다. 해외 바이어들과의 1일 단위 반도체 수출 계약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수급 원활화 등을 우려, 제때 계약에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해외 바이어들이 계엄-탄핵 정국에서 공급이 정상적으로 이뤄질지를 계속 확인해 온다는 것이다. 인천경제청은 이 같은 불확실성이 대외 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질까 우려한다.
소상공인들은 더 울상이다. 최근 들어 연말 모임 예약 취소가 잇따른다고 한다. 전반적인 소비 위축으로 연말 대목은커녕 극한으로 내몰리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 설문조사가 보여준다. 음식·소매업 등 소상공인 1천630명에게 물었다. 88.4%가 비상계엄 선포 이후 매출이 줄었다고 답했다.
실제 사회 분위기를 의식한 송연회 예약 취소가 심각할 지경이라는 보도도 있다. 공무원 사회에서는 일상적 회식도 꺼려 관가 주변 상권마저 썰렁해졌다. 상권소상공인연합회는 최근 입장문을 내 ‘연말 연시 골목 식당에 많이 와 달라’고 호소했다. 정치권이 여·야·정협의체를 구성해 민생 안정에 나서줄 것도 촉구했다.
연말연시에 맞춰 전국에서 준비해 온 겨울축제들도 올스톱이다. 서울시의 ‘2024 윈터 페스타’, ‘오징어게임2 퍼레이드’ 등이다. 부산 해운대구의 ‘해운대 빛 축제’나 대구의 ‘앞산 크리스마스 축제’ 등도 마찬가지다.
지역 축제는 시민들이 즐기고 지역 상권도 살리는 연례 행사다. 관련 종사자도 적지 않은 만큼 취소·축소가 능사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사회 전반의 가라앉은 분위기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엊그제 정부가 공무원 송년회라도 예정대로 하라고 권고했다. 이대로 가면 서민들에 가장 큰 피해가 간다. 정치보다 더 위중한 시민들 생업 열차만은 멈춤없이 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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