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 위험변경증가 통지의무의 이행 여부

박승득 변호사 법무법인 마당

박승득 변호사

보험기간 중에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사고 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한 사실을 알게 되면 지체 없이 보험자에게 통지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보험자는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1개월 안에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보험자가 위 위험변경증가의 통지를 받았다면 1개월 안에 보험료의 증액을 청구하거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보험사고가 발생한 후 보험자가 이상의 규정에 따라 계약을 해지하면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 이상은 상법 제652조, 제655조의 내용이다.

 

보험계약자가 피보험자를 A로 해 보험자(보험회사)와 상해보험계약과 운전자보험 계약을 순차로 체결했고, 상해보험 약관에는 ‘계약을 맺은 후 피보험자가 직업 또는 직무를 변경한 경우 지체 없이 서면으로 회사에 알리고 보험가입증서에 확인을 받아야 한다’고 정하고 있었다. 운전자보험 계약 체결 전 A의 직업이 경찰관에서 화물차 운전기사로 변경됐는데, 보험계약자는 신규 발급받은 운전자 보험증권에 A의 직업이 경찰관으로 기재된 것을 확인해 운전자보험 계약 체결 담당 보험설계사에게 직업 변경 사실을 알렸고 보험회사는 운전자보험계약의 보험료를 증액했다. 이후 보험계약자 A의 교통사고를 이유로 상해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을 청구했다. 이 사안에서 보험계약자가 상해보험계약에 따른 위험변경증가 통지의무를 이행한 것일까.

 

원심은 보험계약자가 운전자보험 계약 체결 관련 업무를 담당한 보험설계사에게 A의 직업 변경 사실을 이야기한 것만으로, 상법이나 보험약관이 규정하고 있는 위험변경증가 통지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2024년 11월28일 선고 2022다2386337호 판결)은 이 사안처럼 하나의 보험회사와 피보험자가 동일한 여러 개의 보험계약이 체결돼 있는 경우에는 보험회사와 체결된 보험계약의 내역,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보험회사에 알린 내용과 알리게 된 경위, 이후 보험회사의 처리 경과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통지의무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러한 법리를 전제로 위 사건의 경우 ① 보험계약자는 담당 보험설계사에게 직업 변경 사실을 통지하면서 운전자보험계약과 피보험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상해보험계약에 관해도 보험자에게 통지가 이루어진다고 믿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② 보험계약자가 직업 변경 사실을 알릴 당시 운전자보험계약만을 특정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③ 보험자의 보험설계사가 작성한 경위서에 비추어 당시 보험설계사는 보험계약자가 운전자보험 계약 외에 상해보험계약에 가입돼 있고 거기에도 직업이 일반 경찰관으로 돼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보험계약자가 보험자에게 상해보험계약에 관해도 상법 제652조 또는 보험약관이 규정하고 있는 위험의 변경 또는 증가와 관련한 통지의무를 이행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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