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두 짝
문삼석
신발 두 짝이
나란히 누워
소곤소곤
얘기했대요.
-우린 일할 땐
따로따로지?
-그렇지만, 쉴 땐
이렇게 함께잖아?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
어느 집이건 신발장을 열면 신발 두 짝이 나란히 진열돼 있다. 큰 신발은 아빠 신발, 조금 작은 신발은 엄마 신발, 그 옆에 놓인 누나 신발, 형 신발 그리고 내 신발. 모두모두 나란히 놓여 있다. 이 동시는 바로 그 두 짝의 신발을 노래한다. 흥미로운 것은 그 두 짝 신발의 주고받는 대화다. ‘-우리 일할 땐/따로따로지?/-그렇지만, 쉴 땐/이렇게 함께잖아?’ 시인은 신발을 통해 ‘가족’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침 식탁에 모여 앉아 밥을 먹은 후 각자 일터로 떠났다가 저녁이면 다시 돌아오는 가족의 이야기다. 가족은 거실에 모여 앉아 차라도 한 잔씩 나누며 오늘 하루에 있었던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그 이야기 가운데는 보람찼던 이야기도 들어있을 테고, 힘들었던 이야기도 들어있을 테고, 속상한 일도 들어있을 터. 가족은 거기서 삶의 즐거움과 함께 행복을 느낄 뿐 아니라 고단함과 피로를 씻기도 한다. 그리고 또 있다. 내일의 희망도 서로서로 주고받는다. 이 동시를 읽다 보니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이란 그림이 생각난다. 가난 속에서도 삶의 즐거움을 함께하는 가족의 저녁 식탁. 시인은 바로 우리들 모든 가정의 평화로운 저녁을 소망하며 이 동시를 쓴 건 아닐까 싶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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