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통계는 명쾌하다. 단순히 숫자의 나열로만 보면 큰코다친다. 의외로 많은 과제와 숙제를 담고 있어서다.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이 2022년 기준으로 20%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통계청의 분석 결과다. 식량자급률도 같은 해 기준 49%로 집계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권이다. 곡물자급률은 사료용 곡물까지 포함하는 만큼 식량자급률보다 훨씬 낮을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우리나라 농토에서 생산되는 곡물로는 식량을 자급자족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전쟁 등 유사시에는 대책이 없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까닭이기도 하다.
곡물자급률은 10년 전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를 보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평균 곡물자급률은 19.5%로 10여년 전보다 10%포인트 이상 감소했다. 특히 밀과 옥수수의 자급률은 0%대다. 콩도 한 자릿수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밀은 라면과 국수, 빵, 과자 등에 들어간다. 옥수수는 사료 원료여서 축산물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저조한 식량자급률로 먹거리 물가가 내년에는 더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식품 원재료 등을 외국에 의존하는 만큼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으로 원재료 수입가격이 오르면 식품물가가 오르기 때문이다.
환율 문제를 들여다보자. 원-달러 환율은 9월에는 달러당 1천300원대 초반이었지만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당선에 1천400원을 뚫은 이후 1천400원대로 굳어지고 있다. 더구나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원화 약세를 더욱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제전문가들도 당국의 혜안이 시급하다고 한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우리는 IMF 한파와 금융위기 등을 모두 이겨낸 민족이다. 현재의 난국을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 우리 모두의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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