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엔 판사만 5천만명 정치적 해석으로 사법부 압박 AI 법관도 좌·우파로 쪼갤판
A는 작은 기업의 상무로 재직 중이다. 공직에 있을 때는 노조위원장을 했다. 노조의 흔한 정치적 성향과는 다르다. 정치를 즐겨 입에 담지 않는다. 그래도 어제는 정치가 술안주로 등장했다. 정확히 말하면 정치인 재판 얘기였다. 현직 공무원 B와 C는 듣기만 했다. 박사 D와 필자가 주로 말했다. 이재명 무죄가 옳은가 유죄가 옳은가. 막판에 A가 말했다. “이래도 싸우고 저래도 싸우고, 이럴거면 AI로 재판하는 게 좋겠다”. 술자리 해답은 그걸로 채택됐다.
그렇다. 지금 대한민국은 전 국민이 법관이다. 이재명 대표 사건에 대해 판결도 이미 내렸었다. 위증교사 사건만 쭉 모은 통계를 들이댔다. 2022년 이후 위증교사범의 83.1%가 징역형(집행유예 포함)이었다고 소개했다. 실형 비율이 35.2%라고 했다. 최근 내려진 판례도 등장했다. 지난 6월 전 안산시장 P의 재판 결과다. 위증교사를 시킨 혐의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논리의 끝은 ‘이재명 징역형’이다. 근데 틀렸다.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여기서는 유무죄를 논하지 않겠다. 최종심이 남았고 변수도 많다. 다만, 유죄 예측의 근거를 좀 보고 가려 한다. 이 세상에 똑같은 사건이 있나. 위증교사가 1만건이면 1만건 다 다르다. 83.1%와 이재명 사건은 무관하다. P시장의 예도 그렇다. 당시 판결문에 이런 부분이 있다. “피고인은 증인들에게 위증 연습까지 시켰다.” 증인과 통화했던 이 대표 혐의와는 다르다. 이 대표 유죄의 근거로는 엉성하기 짝이 없다. 이런 걸 보수정치, 유튜버들이 써 먹는다.
보름 전 선거법 위반 사건도 보자. 이 대표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1년이 나왔다. 야권에서 재판이 잘못됐다고 난리다. 이 대표는 고(故) 김문기 처장을 모른다고 했다. 이는 인식의 영역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반박했다. ‘골프 회동은 부인한 적도 없다. 하지도 않은 주장을 전제로 재판부가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 직후 민주당에서 나온 입장이다. 야권 진영이 이 주장을 기초로 삼고 있다. 정치검찰에 놀아난 법원이라는 비난의 근거로 삼는다.
역시 유무죄는 말하지 않겠다. 이 역시 항소심은 누구도 모른다. 다만, 재판부의 판결문은 볼 필요가 있다. 이 대표 측의 주장을 하나하나 짚고 있다. 김 처장을 모른다는 주장은 그대로 인정했다. 부분 무죄라고 봤다. 그 대신 골프를 쳤다는 사실을 짚었다. “조작한 거죠” 등의 발언이 ‘함께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의미까지로 받아들여졌다’고 판시했다. “선거인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설명까지 붙이고 있다. 그런데도 야권은 딴소리다.
정치권이 왜 이러는지 뻔하다. 여론을 몰고 가려는 작전이다. 여론 재판으로 옥죄려는 술수다. 불행히도 이런 수가 통하는 세상이다. 이제 재판부 뭉개기는 충성 경쟁의 척도다. ‘위증교사는 100% 유죄로 바뀔 것이다’-보수 진영의 영웅이 된다. ‘선거법 항소는 반드시 무죄가 될 것이다’-진보 진영의 영웅이된다. ‘항소심을 겸허히 기다리자’고 썼다간 좌우에서 몰매 맞기 딱이다. 정치가 법치의 모든 걸 빼앗았다. 판결의 신뢰, 판사의 권위 다 없어졌다.
8년 전인가. 바둑에서 알파고를 만났다. 인간계(界) 최강 이세돌 기사와 붙었다. “아직은 AI가 인간을 이기지 못한다.” 그의 자신감이 한 순간에 무너졌다. 이세돌 1승, 알파고 4승. 세계 바둑계 어디서도 이 승부에 토를 달지 않았다. 이세돌은 3년 뒤 바둑계를 떠났다. 그가 지난 7월 NYT와 인터뷰를 했다. “인간의 창의성, 독창성, 혁신성도 AI 등장으로 사라졌다.” A가 툭 던진 AI 법관이 해법이겠다 싶었다. 하지만 이 동의는 하루도 못 돼 철회됐다.
한국 정치가 AI 법관인들 가만두겠나. 좌파 AI, 우파 AI로 가르려 들 텐데.... 아예 AI 법관의 코드를 뽑자고 덤빌지도 모르고. 정치가 만들어가는 법치 망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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