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정조대왕함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주로 역대 대통령의 이름이 붙는다. 조지워싱턴함, 존F케네디함, 로널드레이건함.... 미국 항공모함 얘기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검증이 끝난 훌륭한 군주나 장군, 독립운동가 등의 명칭을 붙인다. 세종대왕함이나 충무공이순신함, 도산안창호함 등이 그렇다.

 

이런 가운데 조선 후기 개혁군주인 정조대왕의 이름을 딴 구축함이 오는 27일 해군에 인도된다. 진수 시점은 지난 2022년 7월이었다. 이후 방위사업청과 HD현대중공업 등의 시운전 등 성능검증 절차도 통과했다. 해군은 다음 달 취역식을 연 뒤 내년부터 1년 동안 시범 운항한다.

 

이 구축함의 규모는 경하배수량 8천200t이다. 해군이 보유한 구축함 중 배수량이 가장 크다. 최대 속력은 시속 약 55㎞(30노트)다. 전투수행 시스템도 탄도미사일 탐지·추적만 가능했던 기존 이지스 구축함들과 사뭇 다르다. 탐지·추적에 요격도 가능해서다. 핵심은 SM-3 함대공 미사일 탑재다. 이 시스템은 작전 환경의 ‘게임 체인저’다. 정부는 지난 4월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통해 SM-3로 결정했다. 해군은 최대 요격고도 500㎞ 수준인 SM-3 블록Ⅰ구매를 검토 중이다.

 

좀 더 들여다보자. SM-3 일부 버전(블록ⅡA형)은 요격고도가 1천㎞를 넘는다.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도 맞힐 수 있다. 한때 SM-3 도입 여부를 놓고 논란도 있었다. 북한이 한국에는 비행고도가 낮은 단거리 탄도미사일만 발사한 만큼 불필요하다거나 미국 미사일방어망(MD)에 편입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와서다. 하지만 북한이 전력을 총동원하는 상황이라면 우리를 겨냥해 중거리급 이상의 미사일을 고각으로 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한반도 작전해역 어디에서든, 더 높은 고도에서 요격할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다.

 

뜬금없겠지만 궁금한 게 있다. 도대체 우리는 언제쯤 군함에 대통령의 이름을 붙일 수 있을까. 미국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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