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오디세이] 노년의 아름다움

안동찬 새중앙침례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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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한민국은 노인 천만의 시대, 초고령사회를 맞이하고 있다. 노인을 책임지고 부양해야 하는 젊은 세대의 짐도 점점 더 커지지만 사실 노인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어른들의 삶의 자세는 더 중요하게 됐다. 어떻게 하면 노년의 삶이 풍요롭고 행복할 수 있을까.

 

‘겪어보면 안다’는 김홍신 작가의 글이다.

 

‘굶어보면 안다. 밥이 하늘인걸/목마름에 지쳐보면 안다. 물이 생명인걸/일이 없어 놀아보면 안다. 일터가 낙원인걸/아파보면 안다. 건강이 엄청 큰 재산인걸/잃은 뒤에 안다. 그것이 참 소중한걸/이별하면 안다. 그이가 천사인걸/지나보면 안다. 고통이 추억인걸/불행해지면 안다. 아주 적은 게 행복인걸/죽음이 닥치면 안다. 내가 세상의 주인인걸.’

 

젊을 땐 몰랐는데 나이 들어 노년이 돼 보면 인생이 얼마나 축복인지 알 수 있다. 하나님이 지으신 세상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이 아름다운 것처럼 인생도 어린아이의 시절도, 푸른 청년의 시절도, 빛나는 중년의 시절도, 황금빛 노년의 시간은 모두 다 아름답고 풍요롭다.

 

생각해 보면 봄만 좋고 여름은 나쁜 것이 아니다. 여름만 좋고 가을은 나쁜 것이 아니다. 가을만 좋고 겨울은 나쁜 것이 아니다. 봄은 봄이라서 좋고, 여름은 여름이라서 좋고, 가을은 가을이라서 좋고, 겨울은 겨울이라서 좋다.

 

물론 봄에는 봄의 어려움과 극복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중국에서 불어오는 황사와 코감기와 꽃샘추위를 극복해야 봄의 따뜻한 바람과 예쁜 꽃을 맞이할 수 있다. 여름에는 여름에 극복해야 할 열대야 무더위와 장마와 홍수와 태풍이 있다. 가을에는 가을에 극복해야 할 가을걷이의 분주함과 겨울을 준비하는 수고가 있다. 겨울에는 겨울에 극복해야 할 추위, 눈길의 미끄러움이 있다.

 

하나님은 인간이 극복해야 할 문제와 환경을 주셨다. 그리고 그 너머에 풍요롭고 아름다운 삶을 살게 해주신다.

 

구약성경의 시편 71편 9절에는 이런 기도가 있다. “늙을 때에 나를 버리지 마시며, 내 힘이 쇠약할 때에 나를 떠나지 마소서.” 인생은 누구에게나 늙고 약해질 때가 있다. 그때 늙고 약한 나를 붙잡아 줄 손길이 필요하다. 노년이 되면 자신을 지탱하고 방어할 힘이 약해진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렵고 몸이 아프다. 그때 노인을 도울 분이 있어야 한다.

 

나이보다 젊게 사는 사람들이 자신을 과신하며 내뱉는 말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인데 92세 어르신 목사님께서 농담 삼아 말씀하시기를 ‘그 말은 거짓말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안 아픈 곳이 없다’고 하셔서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잠을 자고 일어나면 몸이 개운하고 힘이 생기는 것도 젊었을 때인가 보다. 그래서 기도하는 노년이 돼야 한다.

 

시편의 기도가 ‘늙은 때에 나를 버리지 마시며, 내 힘이 쇠약할 때에 나를 떠나지 마소서’인데 아이러니하게도 하나님은 한 번도 버리지 않으셨고, 떠나지 않으셨다. 다만 젊을 때 바쁘다는 핑계로, 세상에 할 일이 많다는 이유로 하나님을 멀리했던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그래서 ‘나를 버리지 마시며, 나를 떠나지 마소서’라는 기도는 자기 고백과 결심이다. 세상의 일들에서 조금은 자유로운 노년에는 하나님께 기도하며 세상을 향한 문을 조금씩 닫고 하나님께로 문을 활짝 열어 가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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