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7만여명의 성인이 실종된다. 이 중 1천여명이 사고와 범죄에 노출돼 사망한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놀라운 통계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4년간(2020~2023년) 18세 이상 성인 실종 신고는 누적 28만3천654건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실종 상태에서 자살, 교통사고, 범죄 노출 등으로 사망한 사람은 총 5천439명(1.9%)에 이른다. 경기지역에서도 지난 4년간 8만3천954건의 성인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
18세 미만 아동은 성인과 비교해 실종자 신고 건수는 3분의 1, 실종 상태에서 사망한 경우는 31배가량 낮다. 성인 실종자 수가 훨씬 많지만 수사기관의 대응은 상당히 미흡하다. 단순 가출 등 개인 문제로 치부해 적극 개입하지 않는다.
경찰이 실종자 추적이나 수색에 나서지 않는 이유는 관련 법안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성인 실종의 경우 개인정보 침해 소지가 있어 신고가 들어와도 위치 추적 등 적극적인 초기 대응이 어렵다. 수색 근거가 없다 보니 골든타임을 놓쳐 불상사를 예방하지 못한다.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위치 추적 등 경찰이 적극적인 실종 수사를 벌일 수 있는 대상은 만 18세 미만 아동, 지적장애인, 치매환자로 한정돼 있다.
이들은 DNA 확보 및 비교가 수월해 신속한 수사가 가능하다. 폐쇄회로(CC)TV 확인도 미성년자 실종의 경우 영장이 발부되지 않아도 영상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성인은 ‘실종아동 등 및 가출인 업무처리 규칙’에 따라 ‘가출인’으로 분류, 실종 신고가 접수돼도 특정 범죄 가능성이 없으면 경찰이 강제로 소재 파악을 할 수 없다. DNA 확보 및 비교가 어렵고, CCTV 확인도 법원이 발부한 영장이 있어야 가능하다.
경찰은 실종 신고 접수 시 대상자 안전 확보와 신속한 추적이 가능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실종자 가족들도 같은 입장이다.
정치권에서 성인 실종의 법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지난 21대 국회에선 실종자를 수색할 때 강제 진입이나 CCTV 협조 요구를 명확히 규정한 ‘실종 성인의 소재 발견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발의됐지만 소관 상임위 문턱도 못 넘고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 이달희 의원이 성인 실종자에 대한 체계적이고 신속한 수색을 위한 ‘성인 실종 수색 및 발견에 관한 법률안’을 또 발의했다. 성인 실종 법안 마련은 시급하고 절실하다. 실종자 가족은 생사조차 알 길 없어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 실종 신고의 상당수가 미제로 계속 쌓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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