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비 총 9천686억 집계… 전체의 23% 차지 지역경제 선순환 취지 무색 ‘쏠림 현상’ 심각 지역화폐 예산 확대 사교육 조장 실효성 의문 道 “학원도 소상공인·영세사업장 규제 못해”
지역경제 선순환을 위해 도입된 경기지역화폐 사용자 4명 중 1명이 학원비로 지역화폐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영세소상공인을 비롯한 다양한 업종에 사용돼야 할 경기지역화폐가 사교육비 지출에 몰리며 도입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9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지역화폐 총 결제액은 4조2천14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학원비가 9천686억원(23.0%)으로 음식점(1조2천661억원)이 차지하는 비중 30.0%의 뒤를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경기지역화폐는 지난 2019년 골목상권 활성화와 영세 소상공인의 실질적 매출 증대를 위해 추진된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의 민선7기 최대 역점사업이다. 국비와 도비로 구성된 국비 발행량과 도비 및 시·군비를 합친 도비 발행량으로 나뉘어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업종별 사용 편향이 심한 실정이다. 전체 31개 사용 가능 업종 중 음식점, 학원, 편의점(슈퍼마켓) 등 3개 업종이 전체 사용액의 60%를 넘게 차지하고 있으며 그 중 학원업 결제액은 편의점, 슈퍼마켓 등 유통업보다 10% 높은 상황이다. 게다가 17개 업종에선 1%미만의 사용률을 보이고 있다. 이 중에는 실제 지역경제 활성화가 필요한 동네 서점이나 완구점·세탁소, 철물점 등이 포함돼있다.
실제로 지역 맘카페, 블로그 등에선 경기지역화폐를 이용해 학원비를 할인받는 방법이 공유되고 있다. 주로 학원비에 사용한다고 의견을 나누는 댓글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이런 가운데 도는 내년도 예산안에 지역화폐 편성 예산을 1천43억원으로 확대한다고 밝히면서 지역화폐 발행에 투입하는 재정을 늘리고 있어 예산 부담이 상대적으로 치솟을 전망이다. 정부에서 2022년도부터 지역화폐 예산을 '0'원으로 편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지역화폐의 선순환 기능이 모든 업종에 골고루 기능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도가 재정 부담을 늘려 현행 지역화폐 예산을 확대하는 것은 사교육을 조장하는 등 취지에 맞지도 않고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더욱이 도에선 ‘발행량’만 발표할 뿐 경기지역화폐로 인해 각 지역경제에 어떤 경제적인 기여가 이뤄지고 있는지 등 성과에 대해선 별도로 알리고 있지 않아 정책 목표에 물음표가 생긴다는 의견도 나온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학원비 등 사교육비에 사용되면서 경기지역화폐 자체의 정책 목표가 불명해졌다”며 “실질적으로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지 경기도에서도 발표한 적도 없어 의문이 많이 드는 사업”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도 관계자는 “학원들도 똑같은 소상공인이자 영세사업장”이라며 “현실적으로 학원비 사용처만 별도로 규제할 순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성과의 경우 발행량 자체가 소상공인한테 돌아간다고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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