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미래] 우크라이나에 공격용 무기 지원, 어떻게 할 것인가

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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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러시아에 병력 1만명을 파견하면서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공격용 무기 제공을 미국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협의하고 있다.

 

‘적의 적은 나의 친구’라는 논리에 따르면 우리의 주적인 북한이 러시아를 지원하면 우리는 러시아의 주적인 우크라이나를 도와주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이 지원이 우리나라 국가안보를 강화하는 데 기여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을 언제 어떻게 줄 것인가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모든 국가안보 정책의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은 ‘국가이익’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이 우리나라의 이익에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아직 없다.

 

현재 우리가 당면한 가장 큰 위협은 북한의 핵무기 공격이다. 그런데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이 대북 억지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에 개입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안보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연루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 어느 동맹국이 개입한 전쟁에 나머지 동맹국들이 자국의 의지와 관계없이 휘말리게 되는 상황에서 이 위험은 더욱 커진다.

 

미국은 러시아와 직접적 군사 충돌을 막기 위해 개전 후 2년 동안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공격용 무기를 제공하지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주장했듯이 미국은 이 전쟁이 러시아와 전면전으로 비화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다. 더 나아가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 요구에 계속 미온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가입하면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에서 러시아-NATO 전쟁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연루 위험은 대리전에 대한 우려와 연결돼 있다. 대리전은 분쟁의 당사국이 직접 충돌하지 않고 동맹국이나 관련국이 적대국과 싸우도록 만드는 전쟁을 의미한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NATO를 대신해 러시아와 싸우고 있다. 만약 우리가 보낸 공격용 무기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북한군을 살상하는 데 사용되면 한반도의 긴장은 급속하게 고조될 것이다. 최악의 경우 우리나라가 NATO와 우크라이나를 대신해 북한과 무력으로 충돌하게 되는 상황이 조성될 수도 있다. 정부는 NATO 회원국도 아니며 군사동맹국도 아닌 우크라이나를 위해 병력과 무기를 희생해야 할 명분과 근거를 충분히 제공하고 있지 않다.

 

공격용 무기 지원의 실질적 효과에도 주목해야 한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지난 6월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 체결 이후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을 견제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에 지원은 러-북 관계의 약화가 아니라 강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파병의 대가로 러시아는 북한에 식량과 에너지는 물론이고 핵 및 미사일과 관련된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정찰 및 항법위성, 대륙간탄도탄(ICBM) 재진입, 핵잠수함 건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기술을 전수받는다면 그동안 국제사회가 부과했던 대북 제재는 사실상 무력화된다.

 

중차대한 국가안보 문제가 정쟁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정부는 이 문제들을 국회와 우선적으로 협의해야 한다. 초당적 합의에 기반을 두지 않은 정책은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다. 여야가 잘 논의해 안보 불안을 조속히 해결해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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