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가을 들녘

자연이 주는 선물 

                                   신진호

 

부지런한 농부 할아버지의 땀방울

뽀얀 알곡 되어 주렁주렁

 

농군 할머니의 어깨춤 부르는

벼이삭의 수런거림 사락사락

 

나들이 나온 메뚜기 가족

흥에 겨워 폴짝폴짝

 

풍요의 바다 너른 들판

황금빛 이삭물결 남실남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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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다. 여름 내내 뙤약볕 아래서 땀 흘린 농부들의 부지런한 노동으로 무르익은 곡식을 거둬들인다. 그 아름답고도 장엄한 광경을 이 동시는 음악성으로 보여준다. ‘주렁주렁’, ‘사락사락’, ‘폴짝폴짝’, ‘남실남실’. 우리말이 참 다양하고도 맵시 있다는 생각을 아니할 수 없다. 여기에 시인은 들녘의 풍요를 인간으로만 찬송하지 않고 메뚜기 가족까지 합세시켜 상생의 환희를 노래하고 있다.

 

삶의 행복이란 이런 것이다. 바라만 봐도 넉넉해지는 것! 어릴 적 우리 동네 어른들은 누렇게 익은 논만 바라봐도 배가 부르다 하셨다. 그래서 아침저녁으로 논 둘러보기를 좋아하셨다. 나이 들어 보니 그 어른들의 삶의 행복을 새삼 느끼게 된다. 집 안에 숨겨둔 돈뭉치보다 자연의 풍요와 넉넉함이 훨씬 더 아름답다는 것을! 자연은 우리 모두의 것이어서 누구나 가질 수 있고 누릴 수 있는 신의 선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좋은 선물을 아끼고 사랑해야 하는 것 또한 우리 모두의 의무이리라. 시인은 몇 해 전에 ‘젓가락이 숟가락에게’란 시집을 상재한 바 있다. 사물을 대하는 시안이 예리하면서도 따듯해 읽을수록 삶의 고마움을 느끼게 해준다. 동시도 부지런히 써줬으면 좋겠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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