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非·反 이재명’ 피해 간 김동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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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4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참석하고 있다. 조주현기자

 

14일 경기도 국감에 관전 포인트가 있었다. 김 지사가 밝히게 될 이재명 대표 관련 발언이다. 최근 정가에서는 김 지사의 비(非)이재명 발언이 관심을 끌고 있다. 9월에 있었던 김 지사의 ‘민생회복지원금’ 이견이 대표적이다. 이 대표의 총선 공약이며 민주당의 1호 당론 법안이다. 이에 대해 ‘원론적 찬성’이라면서도 다른 소견을 밝혔다. ‘전 국민보다 어려운 계층 지원이 낫다’, ‘2020 지원금도 소비랑 연결되는 게 높지 않았다’ 등이다.

 

언론은 이를 선택적 복지 소신이라고 해석했다. 이 대표의 보편적 복지와 차별화라고 풀었다. 김 지사의 대권 차별화라고 본 정치권 분석이 많았다. 14일 국감은 이런 정치 상황의 중요한 측정 무대였다. 역시 틈새를 파고든 것은 국민의힘이었다. 정동만 의원이 3조원에 이르는 도정 채무를 꺼냈다. 25만원 민생지원금은 정부 예산편성권 침해라고도 했다. 조은희 의원은 ‘설거지’라는 표현까지 썼다. 9월 발언을 기대하는 질문이다.

 

김 지사 답변이 한 달여 전과 달랐다. 예산편성권 침해 주장에는 “침해로 볼 것이 아니다”고 했다. 오히려 “지금 경제 상황에서는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지원금에 대해서는 “소비 진작 효과가 있다”고 평했다. 현금지원에 대해서도 “승수 효과로 아주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김 지사 측에서는 ‘원칙론에 달라진 것 없다’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표현 자체가 달라진 건 분명하다.

 

국민의힘에는 예상하거나 기대한 답변이 아닐 수 있다. 결국 ‘눈치를 보냐’는 지적이 국민의힘 쪽에서 나왔다. 김 지사의 대답은 단호했다. “나는 다른 사람의 눈치 안 본다. 도민과 국민 눈치만 본다.” 김동연호의 국정감사도 올해로 세 번째다. 매년 비슷한 평가가 뒤에 붙었다. ‘김동연 국감에 김동연이 없다’, ‘이재명 전 지사 국감이었다’. 그런 기준에 보면 이번 국감도 다르지 않다. 요란한 정치적 한 방은 역시 없었다.

 

잘못된 것일까. 주목받는 국감은 어떤 것일까. 막말 호통과 거친 반격이 오가야 하나. 정회와 휴회를 반복하며 충돌해야 하나. 도정 대신 정치 선전이 가득해야 하나. 아주 오랜 기간 경기도 국감이 그랬다. 행정 감사는 없고 도민 관심은 묻혔다. 그런 관성이 언론에 ‘김동연 국감’을 주입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달리 볼 필요가 있다. 김동연 국감만의 정서가 있다. 도정에 대한 설명이 충실했다. 옳은 지적 개선을 약속했다. 보기 좋다.

 

국민의힘 조승환 의원도 말했다. “존경한다. 답변을 잘 하신다. 훌륭하시다.” 어떤 정치적 함의가 있는지는 모른다. 어떤 파행이 생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14일 국감’의 생산성만은 분명했다. 휴전선에 비상 걸린 날이었다. 그 지근거리에서 열린 국감이었다. 정치 대신 도정으로 채워졌다. 일산대교 판결, 경기도 채무, 반도체 클러스터가 다 다뤄졌다. 거기 접경지역의 불안 해소 대책도 있었다. 이걸 정치 없어 닝닝했다고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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